‘추사 비문’ 파주 향토문화유산 지정

종중측, 박물관 기증 계획 철회
市 “유적 지정 땐 시장이 관리”

추사 김정희 선생(1786~1856)이 쓴 예서체 비문이 경기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파주에서 확인돼 추사 연구자들이 추사박물관 기증을 요청(본보 7일자 11면)했지만 파주시와 종중은 추사 비문을 기증하지 않고 후손들을 위한 시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13일 임천조씨 종중과 파주시 등에 따르면 추사 연구자들이 진품으로 확인해 추사박물관에 기증을 요청한 파주 광탄면 임천조씨 선영내 ‘조기복묘’ 비문에 대해 종중측과 시는 추사박물관 기증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임천조씨 종중은 총회를 갖고 “추사박물관측의 제안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유적 관외 반출이라는 오해 소지가 있고 파주시도 잘 관리하겠다고 구두로 통보해 온 상태인 만큼 종중 일각에서 제기된 기증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종중 결정에 따라 시는 추사 비문을 ’파주시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해 관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조만간 관련 심의를 거쳐 향토유적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시는 “ 심의에서 향토유적 지정이 가결되면 조례를 통해 시장이 집중 관리하게 돼 있다”면서 “당연히 주변 지역 건축허가나 토지형질변경 등도 세심하게 다루어지게돼 유산 보호에 철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차문성 파주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은 “조기복묘는 현재 관리가 안 돼 있지만 추사 예서 비문이 새겨진 비석(높이 120㎝, 두께 10㎝, 폭 50㎝) 만큼은 170년이 지났어도 27자 중 한 글자도 멸실되지 않아 보존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국에 추사 예서체 비문은 10개 안팍으로 알려져 있다. 조기복묘의 추사 비문은 추사 제자인 조면호가 그의 숙부인 조기복이 1839년 67세로 사망하자 추사에게 비문을 청해 이뤄졌다. 조면호의 문집 옥수선생집(玉垂先生集 권32)에는 “가장(家狀)이 상을 당하자 추사에게 표면의 글을 청한다”는 기록이 나온다. 글을 받은 시기는 1839~1840년 쯤으로 추정된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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