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제비꽃

화톳불 놓았던 자리에

올 봄 앉은뱅이꽃 여러 포기 피었다

몸을 낮추어야 보이는 꽃

무릎을 접고 비상하기 전

낮은 자세로 돋움 하는 접힌 날개를 본다

꽃싸움에 걸었던 목을 빼고

낯설고 견고한 수행을 치른 빛

아직 서리 남은 봄 들길에 발을 붙잡는다

뜨거웠던 자리에서

따뜻한 꽃이 피었다

어느 절의 공터에서 본

그 자리 같은 그곳에 파르르

다비식 불꽃 다시 일어나고

몇 알의 보라색 사리들

불립문자로 읽히는 결정체

무엇으로도 깨지지 않는 사리꽃,

재로 남은 흔적 딛고 검불 속 수행이

고운 합장을 하고 있다

정연희

전남 보성 출생. <전북일보> <농민신문> 신춘문예 당선. 제4회 생명문학상 장원. 신석초, 김삿갓 전국 시낭송대회 금상 수상. 용인문학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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