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 펼치는 삼육대학교 임진환 학생, 손으로 보는 졸업앨범 제작… 맹인들에 기억 선물

“사진이 의미 있나” 걱정은 기우 3D 프린터로 흉상 만들어 전달
학생들, 서로 얼굴 만지며 ‘감동’

“앞으로도 제가 가진 기술을 활용해 좀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18일 열린 서울 강북구 한빛맹학교 졸업식에서 8명의 맹인 학생 손에 졸업앨범 대신 자신의 얼굴을 쏙 빼닮은 흉상이 들려 있었다. 임진환씨가 3D 프린터로 제작해 선물한 ‘손으로 보는 졸업앨범’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학생들은 서로 흉상을 더듬으며 “친구의 얼굴을 꼭 기억하겠다”고 다짐해 감동의 물결이 흘렀다.

삼육대학교 임진환 학생(생명과학과 4학년)이 졸업을 맞은 맹학교 고3 학생들에게 3D 프린터로 흉상을 제작해주는 재능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3D 프린팅 스타트업에서 설계사로 일하는 임씨는 지난해 유튜브에서 맹인 학생에게 3D 프린터로 졸업앨범을 만들어주는 영상을 보게 됐다. 한 3D 프린팅 업체가 진행한 사업이었다.

임씨는 맹인에게 일반적인 사진첩 형식의 졸업앨범이 지급되는 현실을 보며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에게 사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곱씹으며 자신의 기술과 회사 장비를 활용한 재능기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 전부터 어려움도 많았다. 임씨는 서울과 경기 지역의 모든 맹학교에 제안서를 보냈지만, 허락해 준 곳이 없었다. 그나마 유일하게 사업의 취지를 공감해준 한 곳의 학교에서 승낙을 받아 프로젝트가 성사됐다.

임씨는 “처음엔 기술적인 부분에 집착하다 보니 학생과의 교감에 소홀했었던 것 같다”면서 “이후 생각을 바꿔 학생과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고, 함께 만들어간다는 마음으로 진행하니 일이 수월해졌다. 먼저 다가와 주고 노력해준 학생들의 모습에 참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임씨는 지난해 학내 창업지원단이 제공하는 3D 프린팅 교육을 받으며 해당 기술을 습득했다. 학교에서 배운 전공지식과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의수나 의족, 인공장기를 설계하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의 활용도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연결해 세상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것을 배웠다”며 “장애인들이 인체의 한계를 넘어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릴 수 있도록 좀 더 좋은 제품을 설계하고, 저렴하게 보급하는 것이 저의 꿈”이라는 포부를 전했다.

남양주=하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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