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교육 당국, 형사고발 등 고강도 압박에 국민 여론도 악화
도내 1천31곳 중 개학연기 강행 단 1곳뿐… ‘보육 대란’ 없어
한유총 “학부모께 고개 숙여 사과”… 학부모 “엄정 대응” 촉구
‘개학연기 투쟁’을 강행(본보 3월4일자 1면)했던 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정부와 교육 당국의 고강도 압박과 국민의 싸늘한 비난 여론에 결국 하루 만에 ‘백기’를 들었다.
한유총은 4일 오후 이덕선 이사장 명의로 보도문을 내고 “‘개학연기’ 사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특히 사립유치원에 유아를 맡겨주신 학부모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공식 사과하고 “조건없이 ‘개학연기’ 준법투쟁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유총은 “학부모들 염려를 더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소속 유치원들에게 “5일부로 각 유치원은 자체판단에 의해 개학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던 한유총이 갑자기 꼬리를 내린 것은 교육당국이 형사 고발·한유총 강제 해산을 비롯해 검찰ㆍ공정위 등 정부의 전방위 초강경 압박카드를 연이어 내놓은 데다, 개학 연기에 대한 학부모 비난여론까지 악화하자 사실상 ‘백기 투항’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 개학연기에 동참하는 유치원 수도 예상보다 적어 투쟁 동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한유총은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폐원 시 학부모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등에 반대하며 지난달 28일 개학연기를 선언하고 이날 강행했다.
하지만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개학연기 동참 유치원은 전체 사립유치원의 6% 수준인 239곳에 그쳤다. 더구나 동참 유치원 대부분이 자체돌봄은 운영해 당초 우려됐던 ‘보육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한유총의 개학연기 및 철회 등의 집단행동 과정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가면서 “개학연기 철회와 상관없이 하루라도 개학연기를 한 유치원을 제재해야 한다”며 엄정한 대응을 정부에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유총은 우선 ‘백기 투항’이라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여전히 정부와 여당에 돌려 향후 갈등이 재연될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한편 4일 오전 11시 기준 경기도교육청 사립유치원 개학연기 현장점검 결과, 도내 1천31개 사립유치원 중 개학연기를 강행하고 미운영한 유치원은 성남 세화유치원 1개원뿐이며, 970개원은 4일 예정대로 개학과 입학해 정상 운영했다. 나머지 60개원은 자체 돌봄을 운영한 것으로 집계됐다.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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