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한, 세계가 주목하는 지금이 비핵화 적기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예상을 깨고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회담을 앞두고 국내외 대다수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북미 양국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합의를 이루고 차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서 상당한 진척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의 국내정치와 개인적인 문제의 또 다른 돌파구로서,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개선과 북한의 내부 경제 회복을 위한 여건 조성에 대한 여망 등으로 인해 양측 지도자간의 절묘한 합의점이 모색될 것으로 예측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서 합의 불발의 이유는 북한의 비핵화 추진 정도와 이에 따른 미국의 제재완화 수준 제시 등에 있어서 분명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회담이 성과가 없었음에도 북미 두 지도자가 외형적으로는 웃으며 헤어졌다는 사실과 앞으로도 북한이 추가적인 핵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의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는 점은 다행이다. 즉 양측이 어느 정도 냉각기를 거친 후 새로운 협상의 장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북미정상회담이 종료된 지 3일 만에 주한미군과 한국 합참은 올해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발표는 안보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편으로 상당히 우려스럽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키리졸브 연습은 매년 실시해온 핵심적인 한미연합 연습으로서 한국군 주요 부대와 주한미군은 물론 이들을 지원하는 미국의 많은 병력과 전략자산들이 참가하여 전시에 대비하는 대규모 연습이다.

국방부의 이번 발표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전략적 승리를 위한 전술적 양보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북한이 더 이상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신뢰에서 나오는 조치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많은 우려가 있으나 이번 키리졸브 및 독수리 훈련의 중단은 한미연합 연습이 완전히 중단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종래의 연습방법과 규모, 형태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변화된 남북관계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3월4일 부터 3월12일까지 ‘동맹’이라는 명칭으로 새로운 형태의 한미연합 연습이 시작된다. 비록 종래의 대규모 연습에 비해서 그 참가 규모는 작지만 한미 양국군의 주요부대 지휘관과 참모들을 교육시키고 전시 임무를 확인하는 목적은 동일하며 한국 합참의장이나 주한미군 사령관은 이들의 임무수행을 완전히 보장하게 될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 양국의 신뢰성 있는 의지와 행동으로의 변화를 믿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에 임해야 한다. 북한이 최초 핵무기를 개발할 당시는 체제 수호를 위한 최후의 방패막이로 시작을 했을지언정 이제는 상황과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세계가 주목하고 관심을 보일 때 적기를 놓치지 말고 시야를 넓혀야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인범 前 특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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