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1.5 센티

‘작은 것’에 담긴 큰 의미

1.5 센티

            - 박경용

할머니 작은 키가

1.5cm 줄었다며

가뜩이나 작은 키가

1.5cm나 줄었다며

눈시울

적시는 아빠.

가엾은 1.5cm.

사람의 키는 어느 정도 자라면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자라지 않을뿐더러 나이를 먹으면 줄어드는 게 보통이다. 이 동시는 그렇잖아도 작은 할머니의 키가 1.5 센티 줄어든 것을 본 아빠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어머니를 바라보는 작품이다. ‘가뜩이나 작은 키가/1.5cm나 줄었다며//눈시울/적시는 아빠’. 어린아이는 아빠의 그 눈시울이 이상하기만 하다. 고작 1.5cm 준걸 가지고 눈시울까지 적실 게 뭐냐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박경용 시인은 1958년 동아일보와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온 이래 수많은 작품을 발표한 바 있고, 팔순이 된 지금도 젊은이 못잖게 활발한 작품을 창작하여 후배들의 거울이 되고 있다. ‘귤 한 개가 방보다 크다’는 시는 시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작은 것’의 의미를 추구하는 시인의 작품 세계와 맞물려 있다. ‘가엾은 1.5cm‘. 고 작은 길이가 아빠의 눈시울을 적셨다는 걸 총명한 아이는 안다. 이 시의 요점이자 시인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사물을 어떻게 대하는 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좋은 시는 요란하지 않고 이렇게 은근하게 사람의 마음을 적신다. 그것은 마치 보이지 않는 꽃향기가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과 같은 이치리라.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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