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상속포기,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사해행위에 해당할까?

갑은 을에 대해 금 5천만 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지만, 을은 채무초과상태로 위 금원을 변제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을의 부(父)가 사망했다. 상속인 을과 병 중 을은 자신의 상속분에 대한 상속을 포기해 부친의 재산을 모두 병이 상속받게 됐다. 이 경우 갑은 을의 상속포기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병에게 을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상속재산을 이전하라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상속은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에 가지던 모든 재산적 권리 및 의무·부담을 포함하는 총체재산이 한꺼번에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으로서 다수 관련자가 이해관계를 가지는데, 위와 같이 상속인으로서의 자격 자체를 좌우하는 상속포기의 의사표시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법률행위에 대해 채권자 자신과 수익자 또는 전득자 사이에서만 상대적으로 그 효력이 없는 것으로 하는 채권자취소권의 적용이 있다고 하면, 상속을 둘러싼 법률관계는 그 법적 처리의 출발점이 되는 상속인 확정의 단계에서부터 복잡하게 얽히게 되는 것을 면할 수 없다.

또한 상속인의 채권자 입장에서는 상속의 포기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인 상속인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지 아니한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상속의 포기는 민법 제406조 제1항에서 정하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판시(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다29307 판결 참조), 상속의 포기는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만약 을이 상속포기가 아닌 자신의 상속분을 포기하는 내용으로 병과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했다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는 상속이 개시되어 공동상속인 사이에 잠정적 공유가 된 상속재산에 대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각 상속인의 단독소유로 하거나 새로운 공유관계로 이행시킴으로써 상속재산의 귀속을 확정시키는 것으로 그 성질상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이므로 사해행위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시(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1797 판결 참조), 상속재산을 포기하는 내용으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했다면 그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위와 같이 상속포기와 상속을 포기하는 내용의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상속인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그 효과가 거의 같지만, 사해행위취소 등 법률적인 문제의 적용에는 완전히 상반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준행 변호사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