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미북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이후 잠시 잠잠하던 북한이 며칠 전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 연락사무소의 북측 인원들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키더니 최근에는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미국 승인 없이 아무것도 못하는 남조선 중재자니 촉진자니 주제넘은 처사 말라”는 등의 표현을 서슴지 않고 있다. 아마도 회담 결렬에 대해 성질이 난 북한측의 불편한 심기를 간접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반면, 우리는 9ㆍ19남북군사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북한이 가장 꺼려하는 한미연합연습을 중지하는 등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4월1일부터는 한강하구의 자유로운 왕래와 비무장지대에서 6ㆍ25 전사자에 대한 유해발굴을 개시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안보정세는 북한의 ‘뜻밖의 군사도발’에 대한 우려와 염려가 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행여나 북한이 새로운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해 장거리 미사일 시험이나 아니면 핵무기를 시현코자 한다면 북한은 이제 더 이상의 신뢰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국제사회 역시 용인하기 어렵게 될 것이며 중국이나 러시아로 부터의 지원이나 협력도 난관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 재래식 무기의 개량을 통해 위협이나 협박전술을 쓰고자 하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북한이 최근에 수시로 언급하고 있는 ‘인민 생활을 개선’하겠다는 논리에도 맞지 않는 행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를 수호해야 하는 우리 군의 입장에서는 만일에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군의 존재 이유이다. 만일 북한군이 종전의 방식대로 벼랑 끝 전술의 일환으로 군사합의를 어기고 접적지역(接敵地域: 적과 접촉하고 있는 곳, 비무장지대와 NLL 등)에서 우리 군에 피해를 주거나 국토방위의 신성한 사명에 대한 명예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다면 우리 군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단호해야 한다.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이나 2015년 지뢰도발 사건에서 일부 일선 지휘관들의 반응이 충분하지 않았거나 즉각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군 지휘관들은 자신의 부대와 부대원들에게 가해지는 어떠한 군사적 위협과 도발에 대하여도 자신과 부대를 보호할 권리 즉, 자위권을 침해 받지 않는다.
교전규칙 상에 ‘적대 의도’나 ‘비례성과 적절성’을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은 일종의 군사적 충돌 상황에 대비한 위기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다. 따라서 군사적 도발이나 공격을 받으면 상대방의 의지가 격멸되어 더 이상의 위협이 되지 않을 때까지 주저하지 말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휘관들의 분명한 상황 인식과 판단력, 단호한 의지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로 행동으로 실행할 수 있는 장병들의 일사불란한 태세가 필요하다. 군대 훈련의 반복숙달이 필요한 이유이다. 훈련을 게을리 하거나 등한시 하는 군대는 제대로 된 군대라고 할 수 없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는 그 어떤 도발도 용서할 수 없으며 힘에는 힘으로 더 강력하게 응징할 것이다. 그러나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국군 통수권자로서 당연하고 합당한 지침이요 방침이 아닐 수 없다. 비록, 9ㆍ19 남북군사합의로 남북간의 적대 행위와 접적지역에서의 우발적인 군사충돌의 위험성은 매우 낮아졌지만 그런 속에서도 군 통수권자의 의지는 분명하다는 사실을 일선의 지휘관들은 명심해야 한다. 군은 ‘평화는 강자만의 특권’이라는 격언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전인범 前 특전사령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