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걸어가는 신호등

편리함 속 잊지 말아야 할 ‘인간의 지혜’

걸어가는 신호등

              - 류병숙

누나 손잡고

막대사탕 빨며

학교 가는 서준이

건널목 건너며

사탕 든 손 치켜든다

-야, 막대사탕 신호등이다

버스도 서고

자동차도 서고

달콤한 아침이다.

아침 등굣길, 서준이가 막대사탕을 빨며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을 건넌다. 건널목을 건널 땐 손을 치켜들고 건너라는 학교 선생님 말씀대로 서준이는 막대사탕 든 손을 힘껏 치켜들었다. 그러자 이를 본 자동차 운전사들이 “야, 막대사탕 신호등이다!”하며 일제히 멈춰 선다. 참 보기 좋은 풍경이다. 서준이의 막대사탕 손앞에서 꼼짝 못하는 어른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아니, 존경스럽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자동차가 사람 앞에서 꼼짝 못하는 세상! 이게 진짜 사람 사는 세상 아닌가. 하루에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교통사고를 보다 보면 이러자고 자동차를 만들었나 싶다. 편하고자 만든 자동차가 걸핏하면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이 웃지 못 할 난센스를 보면서 앞으로의 미래사회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사회, 그건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보다도 더 기계의 힘이 세상을 지배할 듯. 로봇만 하더라도 훨씬 진보된 로봇이 인간의 생활을 파고들 것이고 그로 인해 인간들은 지금보다 더 큰 ‘편함(?)’을 얻을 것 같다. 걱정은 바로 거기에 있지 않을까. 이 동시는 막대사탕을 손에 쥔 아이를 보고 자동차를 멈출 줄 아는 인간의 지혜를 요구하고 있다. 2019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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