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지방의회 해외연수, 문제점 바로잡고 당당히 떠나라

지방의원 해외연수에 대한 ‘외유성 논란’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지난 1월 경북 예천군의원 가이드 폭행, 여성 접대부 요구 추태 파문으로 국민적 공분이 폭발했다. 지방의회의 위상은 지방자치의 바로미터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지방의회는 책임성과 전문성, 그리고 윤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 역사만큼 파란만장한 자치를 위한 헌신과 노력이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한순간에 지방의회는 폐지해야 할 ‘적폐’가 되고 말았다. 리얼미터의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 전면금지에 대해 ‘찬성’ 응답이 70.4%로, ‘반대’ 응답(26.3%)의 두 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러니 다수의 지방의회가 몸을 한껏 움츠리며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해외 연수를 포기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지방의원 연수비용이 대체로 수천만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실효성 없는 해외연수를 예산낭비라고 질책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사정이 이렇다고 해 해외연수를 폐지하는 것은 합리적인 대안이 아니다.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견문을 넓히고, 국제사회와의 연대, 다양한 해외 우수사례들을 벤치마킹할 기회가 된다. 해외연수를 통해 획득한 정보, 지식, 연대 등을 의정분야에 활용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연수 전 과정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사실 부적절한 연수가 국민의 분노 게이지를 상승시켰지, 의정 활동에 부합했다면 누가 의회를 비난했겠는가.

연수계획서와 결과보고서 제출 의무화와 공개, 민간이 참여하는 심사위원회 구성은 의정 활동의 향상을 위해 중요하다. 다행히 ‘의원 공무국외여행(여행 대신 출장 또는 활동으로 표기하기도 함)’에 관한 조례에 이와 같은 내용이 규정돼 있다. 지난 11일 기준 경기도는 경기도의회와 고양ㆍ안산ㆍ안양시의회 등 4곳, 서울시는 강북ㆍ구로ㆍ동작ㆍ성북ㆍ종로구의회 등 5곳이 마련됐다. 이번 예천군의회 사태를 계기로 지난 4월 즈음해 조례를 제정한 지역이 늘긴 했으나 전체 243곳 가운데 32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지역은 규칙, 훈령, 예규 등으로 규정돼 있다.

조례의 일부 내용을 포함해 몇 가지 개선할 점이 있다. 우선 연수계획서 심사위원회가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심사 기준의 공정성을 강화해야 한다. 의원이 스스로 여행을 승인하는 ‘셀프 심사’가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의원이 직접 심사위원장을 맡은 지역은 153곳이나 된다. 둘째, 연수의 철저한 준비를 위해 연수 지역과 벤치마킹할 사례에 대한 사전 학습 여부도 심사에 포함해야 한다. 셋째, 결과보고서는 여행 감상문 수준의 보고서가 아니라 의정 활동에 활용될 수 있게 습득한 정보와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지역주민과 공유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홈페이지 공개 외에도 지역 시민들과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적용가능성을 논의하는 공론장을 마련한다. 넷째, 자치입법부답게 서둘러 공무국외여행 조례를 제정하고, 이미 제정된 의회는 법규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연수제도가 목적에 부합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전반적인 검토,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

지방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언제까지 지방의회 무용론을 제기하는 여론의 눈치만 볼 것인가. 지방의회 스스로 심사제도, 사전 학습과 토론, 연수결과 체계적 활용 및 주민 공유, 공무국외여행 조례 제정 등 네 가지만이라도 바로잡자. 그리고 당당하게 떠나시라.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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