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 시흥 아이가 미래다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집다운 집’에서 살고 있을까. 시흥시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달 11일 정왕지역 아동 주거 실태조사 보고회를 열었다. 국내에서 아동 주거복지에 초점을 맞춘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시흥시는 개념도 생소한 ‘아동 주거권’을 공론화하며 중요성을 알려왔다. 낮인데도 불을 끄면 어두운 방에서 세 명의 아이가 살아가는 현실은 단순한 주거 문제의 범주를 넘어선다. 아동 주거권은 아동 생존권과 맞닿아 있다.

1989년 UN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아동권리협약에는 이러한 생존권을 비롯해 만 18세 미만 아동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의 4대 권리가 담겨 있다. 전 세계 가장 많은 국가(196개국)가 비준한 국제협약이다. 유니세프는 바로 이 아동권리협약의 기본권을 실천하며 아동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지역사회를 아동친화도시로 인증하고 있다. 시흥시도 올해 첫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으며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에 이름을 올렸다. 전국에는 시흥시와 같은 아동친화도시가 34곳이 있다.

아동친화도시 인증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아동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최근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전국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2만2367건으로, 아동학대 예방사업이 시작된 2001년부터 단 한 번의 감소 없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미래의 주인인 아동이 안전하게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사회 전체의 책무다. 지속적으로 아동 권리를 실현하는 정부와 지역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 등 다양한 주체의 노력이 아동친화국가를 만든다.

아동 복지 선진국인 유럽은 지역마다 특색있는 아동친화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전거가 보편적인 교통수단인 덴마크는 전역에 자전거 놀이 공간을 조성하고 아동을 위한 자전거 교육을 진행 중이다. 노르웨이는 2017년 총선을 앞두고 아동친화형 선거 캠페인을 벌여 아동의 정치 참여 기회를 확대했다. 오스트리아 빈은 거리에 아이들이 놀이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 넣었고, 독일 로젠버그는 폭력과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긴급보호소를 설치했다.

아동 인구가 전체인구의 16%(83,525명)인 시흥시도 아동 눈높이를 고려한 ‘시흥형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동 보호권 강화를 위해 전국 최초 이동경찰센터 ‘시흥폴누리’를 운영하고, 재난 대처 실습이 가능한 ‘어린이안전체험관’을 열었다. 또한, 외부 환경과 관계없이 놀이하는 공공형 실내놀이공간 ‘숨쉬는 놀이터’를 만들고, ‘플레이스타트 시흥’을 구호로 건강한 놀이문화를 확산 중이다. 아동이 실질적인 주거 혜택을 받도록 사회주택 공급과 주거비 지원을 늘리고, 돌봄 대상과 시간대를 확대한 ‘시흥형 온종일 돌봄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행정의 몫이다.

아동이 행복한 시흥은 ‘아이누리 돌봄나눔터’는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돌봄공동체로, 마을이 커뮤니티 공간을 활용해 스스로 돌봄을 제공하면 시가 예산을 지원한다. 또한, 공개모집으로 뜻을 모은 아동과 학부모, 시민은 정기적으로 아동참여위원회를 열어 다양한 아동 정책에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 아동이 보호의 대상에서 권리의 주체가 될 때까지 행정과 지역사회가 발걸음을 맞추어 나갈 것이다.

소파 방정환 선생은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의 탄압을 받던 1923년에 어린이날을 만들었다. 어린이가 올바로 자라는 일이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이들 웃음 속에 미래가 있다. 작은 씨앗 속에 온 세상의 봄이 있듯이.

임병택 시흥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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