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다는 건 목을 빼는 일이다
햇살이 산 등 살에 눌려 수축하는 저녁
발걸음 소리가 나면 담 너머로 귀가
쫑긋해지는 것이다
어둑한 골목, 지상의 별자리
하루를 버겁게 문대고 귀가하는 가장은
거북목으로 정년을 넘겨야 하고
이력서 한 칸을 채우기 위해
곱사등을 한 청년은 밤의 칠 부 능선을
힘겹게 넘는 것이다
우리가 지상의 별로 살면서
고개를 숙이는 이유라면
어둠에 포로가 되지 않기 위해서,
돌부리에 걸려 쓰러지지 않기
위함이다
정유광
1955년 광주 출생. 2016 국제문학을 통해 문단에 나옴. 2018년 시조 시학 등단‚ 전국 시조백일장 대상‚ 자랑스러운 수원 문학인상 수상. 시조집 <가슴에 품은 꽃>‚ 시집 <가슴에 품은 진주>‚ 현 수원 문인협회 부회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