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대한민국 정신과적 진료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최근 들어 조현병 및 각종 정신과 환자들로 인한 살인, 상해, 방화사건으로 전국이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와 각종 지자체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예산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 상황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이미 예견된 사건이었다. 대한신경정신과학회는 지금의 정신건강복지법이 환자의 인권강화가 아니라 오히려 필요한 입원을 제한하고 인권의 하나인 치료권을 제한한다고 반대했다.

그러나 법 통과와 관련된 절차에서 전문가의 의견은 배제됐다. ‘향후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정부의 책임’임을 공표했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현재 정신건강복지법이 현실에서 어떤 부작용을 낳는 것일까? 현재 정신과 입원은 자의입원(퇴원을 원하면 무조건 퇴원시켜야 함), 동의입원(퇴원을 원하면 72시간 막은 뒤 보호입원이나 행정입원으로 전환 가능), 보호입원(정기적으로 시에 설치된 심판위원회에서 입원연장 여부 승낙을 받아야 함)이 있다.

보호입원은 일종의 강제입원으로 응급입원(경찰에 의해 3일간 입원 가능), 행정입원(시ㆍ군ㆍ구청장이 보호자가 되어 시행하는 보호입원), 보호자 2인에 의한 보호입원이 있다. 보호입원은 증상이 심해 치료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고 자타해의 위험성이 동시에 있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치료의 필요성 혹은 위험성 중 한 가지만 있어도 되지만 우리나라는 동시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보호자에 의한 입원 시 요구하는 행정절차관련 서류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 이를 어기면 보호입원은 불법이 되고 불법감금이 되므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응급상황이 대부분인 실제 현장에서 이를 다 지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국가는 이를 요구했다.

결과는 경찰이나 현장에서 진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법을 엄격하게 지켰다. 환자를 생각하면 입원을 시켜야 하나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큰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2017년 5월31일자로 시행된 이 법의 결과 안타깝지만, 입원을 시킬 수 없는 환자들이 급증했다. 전국적인 현상이었다. 2년간 이런 상황이 누적된 결과가 작금의 사건들로 연결되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정신과적 진료체계가 바뀌어야 하는 것일까?

첫째는 ‘사법입원’으로 가야 한다. 보호입원은 현장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해당 환자가 입원치료가 필요한지 의학적으로만 판단하고 입원을 시킨다. 입원을 시킨 후 사법부에 사실을 통보하고 정해진 사법부의 위원회에서 입원치료의 지속성을 판단하게 해야 한다. 보호입원도 일종의 구금 성격을 띠는 것임으로 사법부가 적정성 및 지속 유무에 대해 승인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둘째는 초기 급성기 기간에 집중치료를 해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선진국은 급성기에 집중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재정적 시스템이 되어 있다. 건강보험환자와 의료급여환자들이 차이 없이 집중적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병원기반사례관리’를 통해 입원환자들이 퇴원 후 지역사회 유관기관에 잘 연계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입원치료를 통해 친근해진 병원치료자가 환자가 퇴원 후 잘 지낼 수 있도록 관리도 하고 지역의 정신과관련 센터에 연계를 해주면 환자들이 잘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1995년 정신보건법이 개정된 이후 복지재정을 통해 지역사회 정신보건센터가 건립됐다. 이제는 입원치료 시스템의 향상을 건강보험재정을 통해 뒷받침 해주어야 한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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