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타워크레인 금지·임금 인상” 강력 요구
157곳 714대 가동 중단, 노조원들 고공농성
건협 “결국 밥그릇 지키기”… 국토부 “불수용”
전국 타워크레인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 경기도 내 157개 공사현장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노조 측은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금지’, ‘임금 인상’ 등의 요구를 사측이 들어줄 때까지 무기한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공기(工期) 지연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와 입주ㆍ분양이 늦어지는 등의 피해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전국 타워크레인 노조 총파업 첫 날인 4일. 수원 화서역파크 푸르지오 공사현장에서는 평소와 달리 건설 자재를 싣고 이동하는 트럭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공사현장 입구에 배치된 차량통제 요원은 현장을 드나드는 차량이 없어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현장 내부로 들어서자 미동조차 하지 않는 9대의 타워크레인이 눈에 들어왔다. 타워크레인들에는 ‘시한폭탄 소형 타워크레인 즉각 폐기’라는 문구가 적힌 붉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건물 뼈대를 세우는 골조 공사의 필수 장비인 타워크레인이 가동을 멈춘 탓에 10명 이하의 소수 인원만 타워크레인과 관계없는 미장(바닥과 벽 등에 시멘트ㆍ석회 등을 바르는 작업), 간단한 골조 조립 등의 작업에만 나서고 있었다.
같은 날 용인 동천더샵이스트포레 공사현장 역시 타워크레인 가동 중단에 따라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곳의 5대 타워크레인에도 노조의 요구가 담긴 붉은 현수막이 설치돼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어제 타워크레인 작업을 마친 뒤 내려오지 않고 고공농성 하는 중”이라며 “파업 소식을 사전에 인지해 미리 이틀간의 타워크레인 작업을 일정에서 빼놓긴 했는데 파업 장기화 시 공기 지연 등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기남ㆍ북부지방경찰청과 건설노조 등에 따르면 이날 경기도 내 157곳의 공사현장에서 총 714대(경찰 추산)에 달하는 타워크레인의 가동이 멈췄다. 경기남부지역은 120곳의 공사현장에서 579개 타워크레인이 파업에 동참했고, 경기북부지역의 경우 37곳 공사현장의 135대 타워크레인을 노조원들이 점거한 뒤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타워크레인 노조는 사측인 한국타워크레인임대업협동조합에게 ▲임금 7% 인상 ▲하계휴가의 탄력적 운영 ▲현장 휴게실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정부에는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금지를 법제화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소형 타워크레인은 전문 자격증도 없이 8시간 교육만 이수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 안전사고 위험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노조 경기남부타워크레인지부 관계자는 “열악한 타워크레인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사고위험이 큰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을 막고자 파업에 나섰다”며 “정부와 사측이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파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관계자는 “노조가 리모컨을 통해 원격으로 조종하는 소형 타워크레인 사용을 금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국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라며 “파업이 길어지면 건설현장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이른 시일 내 파업이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토교통부는 공사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비상대책반 가동에 나섰다. 또 최근 5년간 대형 타워크레인과 소형 타워크레인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비율은 7대 3으로, 오히려 대형 타워크레인 사고가 많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권혁준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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