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말은 집단의 문화

내 고장 수원의 역사인물, 우리 역사상 최고의 개혁군주라고 평가받는 백성의 지도자 정조대왕은 “사람은 언어로 한때의 쾌감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미천한 마부에게라도 일찍이 이놈 저놈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고 가르쳤다.

요즘 정치인의 막말 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5ㆍ18 망언, 세월호 유가족 비하, 달창, 한센병 환자, 골든타임 3분, ‘김정은이가 문재인 대통령보다 낫다’, 걸레질….

이렇듯 매일 아침 쏟아지는 막말 때문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책임 있는 자리, 지도자의 자리에 있어서 아쉽고 주민들에게 도매금으로 욕을 먹을 때도 있어 더욱 마음이 아프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고 했다. 경쟁하듯 쏟아내는 막말은 오늘도 후대에 물려주고 싶지 않은 역사의 기록이 되고 있다.

나는 말이 만들어내는 불신이 두렵다. 정치는 신뢰가 생명이고 잃어버리면 회복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막말이 독버섯처럼 자라면 정치도, 지도자도 설 곳이 없다. 권력의 시한은 정해져 있다.

임기가 끝나면 누구나 평범한 백성으로 돌아가야 하듯이 영원한 권력은 없다. ‘배를 띄우는 것도 물이요, 배를 뒤집는 것도 물이다’라는 말처럼 유권자는 표로 심판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말을 보면 그 사람의 품격을 알 수 있듯이 말은 개인의 인격이자 집단의 문화를 상징한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삶이 팍팍하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 한 가닥의 가는 빛줄기라도 삶이 힘겨운 도민들에게 정치인은 돈으로 살 수 없는 희망을 줄 수 있고 따뜻한 위로를 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남은 임기 동안 그 가는 빛줄기를 튼튼한 동아줄로 바꾸어 도민들께 돌려 드리고 싶다. 그러니 이제 제발, 막말 퍼레이드는 그만두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지 않는가.

안혜영 경기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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