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어머니

날계란 깨질까 걷던 그 길에

실바람, 어디선가 등꽃 내음이

싱그럽게 퍼져옵니다.

어머니, 넘나시던 태장면 고갯길에

등나무 꽃이 피었습니다.

고갯길 넘는 112번 버스길

눈 비바람 맞으며 광주리 이고

이 고개를 넘으셨다는 어머니.

내일 팔 계란이 깨질까

언덕배기 이 길을 몇 번이나 쉬었을까

힘겹게 걷던 모습이 울컥 울컥 가시로 피어납니다.

밤마다 쑤시는 관절을 매만지며

가파른 삶 푸념하다 첫새벽 후다닥

광주리이고 나가시던 어머니..

태장면 고개에 포도송이처럼 영근 등꽃이

그리운 얼굴로 피었습니다.

허정예

강원도 홍천 출생. <문파문학>으로 등단. 시집 <詩의온도>.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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