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래 세계 정치ㆍ경제 문제의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협의체는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이탈리아 등 선진국이 참여하는 G7(Groups of 7)이었다. 그러나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해, 총 20개 국가가 참여하는 G20(Groups of 20)이라는 새 논의체가 탄생했다. G20에는 기존 G7 국가 이외에 BRICS 국가들, 한국 등의 신흥공업국, EU의장이 참여한다. G20은 당초 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여하는 장관급 회의체였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해, 정상들이 참여하는 회의체로 격상되었다. G7은 여전히 국제정치경제문제를 논의하는 중요한 협의체이지만, G20의 탄생은 한국 등 신흥공업국의 위상이 강화된 것을 보여준다. 물론 G20 국가 간에는 여전히 국력의 차이를 반영해 국제 사회의 영향력에 있어서 막대한 차이가 있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올해(2019년) G20 정상회의는 일본(오사카)에서 오는 28ㆍ29일 이틀간 개최된다. 올해 G20의 관전 포인트로서 미중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주목이 모이고 있다. 미중간의 무역마찰은 미중 양국은 물론이고 한국 등 국제사회에 많은 영향을 준다. 최근 미국 정부는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시행하고, 일본과 한국 등의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제재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의 대형통신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4G 설비의 일부에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향후 상용화할 5G 설비에 대해서 화웨이를 배제하고, 스웨덴의 에릭슨과 핀란드의 노키아를 선정했다. 소프트뱅크의 미야가와 부사장은 올해 4월 5G에 화웨이 설비 도입 여부에 대해 “일본 정부와 논의해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발언을 하는 등 일본 정부의 방침에 협조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화웨이 문제에 대해 중국의 입장을 상당히 고려하고 있다. 미중 마찰은 단순한 통상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중통상 마찰은 팽창하는 중국과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전략이 충돌하는 가운데 발생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미중경쟁구도에서 일본은 명시적으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화웨이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요청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남중국해를 비롯한 해양의 영향력을 확대해 오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국은 일본, 호주, 인도 등의 국가와 공조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 중에 하나를 양자택일해야 하는 선택을 요구받는 것이다. 일본은 인도태평양 전략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번 G20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번에 기회를 놓치면, 점차 한일관계 개선은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과의 협조가 중요하다. 최근 한일갈등은 정말로 최악의 상황에 있다. 미국은 거듭 한일관계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더 이상 한일관계 개선을 미루면 안 된다. 최근 일본과 중국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에 대항해 양국 간 협조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유지하면서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과의 협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G20에서 미중갈등 해소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그리고 한일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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