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방구차’

예전에는 여름이면 으레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를 내뿜는 소독차를 쉽게 볼 수가 있었다. 뿡뿡거리는 특유한 소리 때문에 방구차라는 이름이 붙었다. 방구차가 마을 앞길을 지날 때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차 뒤를 따라다녔다. 변변한 놀이터도 없었던 그 시절엔 그저 재미있는 놀이일 뿐이었고 그 연기를 조금 들이마시더라도 별 이상을 못 느껴서 그때는 몸에 해로운지 아닌지는 안중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 연기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 연기의 주성분은 식물에서 유래된 피레스로이드 살충제와 경유의 혼합물이다. 다행히도 피레스로이드 살충제는 인체와 가축에게는 독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레스로이드의 원형인 피레스린은 해충이 공격하지 않는 아프리카 국화과 식물에 들어있는 천연 살충제이다. 그런데 곤충에는 강력한 살충력을 발휘하면서도 사람이나 가축에게는 거의 해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내 위생해충 방제 약제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피레스린은 햇빛과 공기에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야외에서 사용하기엔 적합하지 않아서 햇빛과 공기에 잘 견디는 유사물질을 합성하게 되었는데 이것을 피레스로이드라고 부른다. 피레스로이드의 특징은 사람이나 가축에는 해가 적으면서도 곤충에 대한 독성은 매우 강하다. 모기와 같은 무는 곤충에게는 특히 독성이 강해서 마른 잔여물 위에 앉아 있기만 해도 흡수가 되는 반면 온혈동물의 피부로는 흡수가 잘 안되고 체내에 들어가도 빠르게 분해되어 무독성 물질로 변한다.

따라서 사람이나 가축에게는 거의 해가 없는 극소량만으로도 모기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대부분의 가정용 살충제에는 피레스로이드가 사용되며 사용법을 잘 지키면 안전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과학적이고 친환경적인 유충구제와 분무 및 연무소독에 밀려서 연막소독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연막소독은 하얗게 피어오르는 연기로 인해 전시효과는 좋은 반면 불완전 연소된 연막이 공해를 유발하고 개방된 공간에서는 살충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분무와 연무소독은 살충제의 용매로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경유를 용매로 쓰는 연막소독보다 훨씬 친환경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연막소독을 할 때 생기는 연기의 대부분(99.5%)은 용매로 사용되는 경유이다. 이 경유가 불완전 연소를 통해 기화되어 날아가면서 연기에 포함된 소량의 살충제가 해충에 직접 접촉함으로써 살충효과를 나타내는 연막소독은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공해와 기름 낭비를 피할 수가 없다.

최근 들어 차량 배기가스로 인한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매일 마시는 배기가스를 생각해보면 예전에 한두 번 따라다닌 방구차 연기쯤이야 걱정하기보다는 추억으로 간직하는 편이 나을 듯싶다.

심평수 수원시 영통구보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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