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의 방북이 오사카 G20 회의를 앞두고 전격 이루어졌다는 데 대해 많은 사람이 중국이 미중 무역갈등 등을 포함할 미중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기 위해 이루어졌다고 한다. 또 일부는 현재 홍콩시위와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트럼프의 대만 편들기에 국내여론과 대외정책에 시진핑 외교정책이 반영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우연의 일치이고 어떻게 보면 필연적 과정이다. 중국에서 말하는 외교는 국내정치의 연장이라는 정치술어를 보아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정책결정과 실행은 단시간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중국은 최근 들어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사실을 중국의 국내외 언론을 통해 꾸준히 홍보해 나가면서 중국의 군사, 과학기술 등의 발전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었다. 또 대만 통일을 염두에 둔 ‘일국양제’의 연장으로 중국의 대만에 대한 입장인 민족의 공동번영과 협력적 교류에 대해서도 꾸준한 홍보를 하는 상태였다. 게다가 올해가 중조(중국과 북한) 수교 70주년이라는 특이한 상황을 고려하면 시진핑의 북한 공식방문은 우연과 필연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시기적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4번이나 방문한 입장에서 중국의 한반도 남북한 방문 계획을 신중하게 고려해 보면 중국은 충분한 준비를 했는데, 북중회담의 지지부진함과 중미관계의 각종 모순 속에서 그 기회를 찾았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한국보다 먼저 북한을 방문한 것은 취임 후 영부인을 동반하고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고 이번 G20 회의에서도 한국과 정상회담이 잡혀 있기에 현 시점에서 중요한 방북을 먼저 했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더 나아가면 한미동맹이라는 중국에는 잠재적 부담인 지역보다는 전통우호가 우선인 북한을 먼저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시진핑의 방북은 전통 북중(조중)관계의 회복과 북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서 본격적 중국의 개입과 대만과 남중국해를 포함한 동아시아의 미중관계에서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선택이라 볼 수 있다. 중국 대외정치가 국내정치와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심화개혁’과 ‘일대일로’ 등의 정책을 고려해 보면, 시진핑의 대만문제의 임기 내 해결이라는 과제와 연관된 외교적 선택은 필연성을 갖는다.
한반도 국제관계에서 북핵문제와 한반도 비핵화의 문제가 이제는 중미관계라는 대국관계의 틀에서 한국, 미국, 북한, 중국 및 이 뒤에서 영향을 발휘하는 러시아와 일본과의 복잡한 관계로 변화됐다.
여기서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는 ‘한국 패싱(Korea passing)’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을 배제하게 되면 미중소와 한미일의 대립구조는 더욱 심각해지고 중국이 한국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경제와 교류를 통한 중국 영향력 확대라는 계획은 미국의 안보능력 강화라는 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또 세계경제와 중국경제라는 측면에서 중국의 대립각 세우기는 중국 국내여론을 통일시키는 작용을 할 수도 있기에 이러한 전략이 실행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지역마찰과 충돌을 야기할 수도 있다. 현재 무역갈등을 포함한 미중관계는 결국 한반도문제와 대만문제를 포함한 중미관계의 외부마찰 정도를 봉합하는 정도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 보수들의 중국과 북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는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의 활용도를 제한하고 있다. 앞으로 동북아 국제정세와 북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의 관건은 이번 G20 회담에서 이루어질 미중회담을 포함한 다자 정상회담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국 정부의 각별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