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다문화 감수성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초ㆍ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감수성을 교육하고 있다. 그전에는 다문화이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었는데, 다문화교육은 단순히 지식적 차원이 아니라 정서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관점에서 방향 전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지난 수년간 다문화감수성 교육을 한 결과 어린 학생들의 다문화수용성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국민 평균의 다문화수용성은 학생들보다 크게 낮을 뿐만 아니라 개선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다문화교육은 어린 학생들보다 기성세대를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몇 일전 야당 대표가 외국인노동자는 우리나라에 기여한 바가 별로 없고 최저임금도 차등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해서 많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견해는 다문화감수성의 낮은 수준을 드러낸 것일 뿐만 아니라 사실을 왜곡시키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감 혹은 적개심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물론 이주자 유입은 우리 사회에 갖가지 폐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가 세금을 내지도 않으며, 우리의 소중한 자산을 해외로 유출한다든가 이주민의 범죄가 너무 잔학하고 빈번해서 두렵다는 식의 시선은 실제와는 다른 왜곡된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끼치는 폐해보다는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훨씬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우리 사회에서 일주일 동안 이주노동자가 한꺼번에 증발해 본다고 상상해보자. 그러면 우리 사회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3D 공장은 멈추고, 부모님 간병인을 구해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것이며, 과일이나 채소 먹기도 어려워질 것이고, 식당에서 식사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단일민족 정신의 요체인 국민교육헌장을 뼛속까지 새긴 산업화의 역군인 기성세대가 오늘날의 다문화 사회 현실을 인정하기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더욱 활기차고 살기 좋은 공동체로 만들어가려면 이주민들을 ‘우리그들’이라는 2분법으로 나누어 타자화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갈 존재로 인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성세대의 다문화감수성 증진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시행되기를 기대한다.

김연권 경기대학교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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