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누가 내 일자리를 옮겼을까

7월1일, 일본이 한국을 겨냥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종의 수출규제를 발표하여 관련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일본의 이 같은 조치의 이유가 ‘한국과의 신뢰 관계가 현저히 훼손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7월2일,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노동계가 올해 최저임금의 19.8%가 인상된 1만 원을 최저임금 시급액으로 제시하였고, 사측 위원들은 전원 회의참석을 보이콧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7월4일, 고속도로 영업소 요금수납원들이 오전 7시 40분경 경부고속도로를 점검하고 ‘직접 고용’을 외치며 농성하다 경찰과 충돌하였다.

최근에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할 기회가 있었다. 여행객들이 뽑는 ‘세계 최고의 공항’ 1~3위에 속한다는 국제공항답게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여 이전보다 출입국 프로세스가 상당히 간소화되어 있었다. 셀프키오스크 체크인, 셀프백드랍, 무인 생체인증기반 자동출입국시스템은 과거 1시간 이상씩 걸리던 출입국 절차를 5분 이내로 단축시킨 것 같아, 우리나라의 첨단기술력에 어깨가 으쓱거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자동출입국시스템이 대체한, 예전의 그 많던 출입국 창구 직원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미국의 아마존이 2016년 직원전용 공간으로 인공지능 기반 무인점포인 ‘아마존 고(Amazon Go)’를 오픈하고, 그 후 일반인에게 개방하였을 때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아마존 고와 유사한 형태의 ‘타오카페(Tao Cafe)’를 열고 무인점포를 실험 중이며, 무인 편의점인 빙고박스(BingoBox)는 2018년 누적 점포수 5천개가 넘었다고 한다. 2018년부터 우리나라 편의점 업계에서도 컴퓨터비전, 딥러닝, 센서퓨전 기술들을 매장에 적용하고 무인결제시스템을 도입하여 인공지능 기반 무인점포를 시도하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온라인 쇼핑과 편의점에서 생필품을 구매한다. 우리 이웃의 현관문 앞에서 매일 다수의 택배박스를 발견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 세대들은 쇼핑을 위해 더 이상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방문하지 않는다. 물리적 유통산업구조가 대대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10여 년 전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매일 미로를 뛰어다니며 치즈를 찾아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목표인 네 명의 친구들이 어느 날 거대한 치즈창고(A)를 발견하게 된다. 치즈창고를 발견한 후에도 부지런한 두 친구는 변함없이 새로운 치즈를 찾아 뛰어다녔고, 다른 두 친구는 편안함에 빠져 게을러졌다. 거대했던 치즈창고의 바닥이 드러났을 때 게을렀던 한 명이 새로운 치즈창고를 찾다가 부지런한 두 친구를 거대한 치즈창고(B)에서 만나게 된다.’ 세상이 지속적으로 변화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현재의 안락함에 안주하는 사이, 나의 먹거리는 사라지고 만다는 가르침을 주는 책이다.

카카오 카풀과 같은 공유서비스, 인터넷 쇼핑, 무인셀프계산대, 무인점포 등 자동화·지능화로 대체되어, 기존 방식의 일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기업이 급변하는 내·외부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고 디지털세대가 원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새로운 치즈창고를 찾아 뛰어다니는 부지런한 두 친구처럼 변화하는 세상을 직시하여야 한다. 안락한 현재의 기술과 일자리를 부정하고 새로운 세상과 일자리를 찾아 부지런히 뛰어다니고, 처음 한글공부를 하듯이 디지털시대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요즘 돌아가는 세상을 보면 지금의 내 일자리가 언제까지 유효할지 반문하게 된다.

이연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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