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주요 이론 중에 자기심리학(self-psychology)이 있다. 핵심은 자기를 인정해주고 받아들여 주는 대상을 자기대상(self object)이라고 하는데 인간의 발달과정에서 좋은 자기 대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이다. 평강공주는 온달에게 좋은 자기대상이 되어주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바보 온달은 자신이 바보가 아님을 알았고 자존감과 자신감이 회복되었다. 인간은 결국 주변의 반응을 통해 자신을 느낀다. 주변의 반응이 자신을 인정해주고 안아주면 자신의 존재감(self-esteem)을 느끼고 자신감(self-confidence)을 가진다.
좋은 리더는 그래서 대중들에게 좋은 자기대상이 되어줄 줄 아는 사람이다. 일제강점시대에 조국 독립을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한 사람들, 6ㆍ25전쟁 속에서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목숨까지 버리며 희생했던 사람들, 보릿고개를 더는 겪지 않고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노력한 사람들, 국민의 인권을 위해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사람들 등 이 모든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모두 애국과 애민의 관점에서 자신의 희생을 감수한 분들이란 것이다. 자신의 이익보다는 타인의 이익,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감수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던 이들은 모두 애국자들이다. 이런 관점에서 역사와 대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진보와 보수, 우파와 좌파 등 이념에 의해 분류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보수적 관점이 있어야 진보적 관점이 빛을 발하고 좌파가 있어야 우파가 빛을 본다. 이는 대립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성향과 생각은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다. 다양하면 이견을 조율하고 방향을 정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 따라서 속도는 느릴 수 있으나 한번 결정되면 전체의 의견이 모여진 것임으로 발전의 힘은 더 강력해진다. 그런데 자신의 입장에서 선과 악을 나누고 상대를 대하면 상대는 반발할 수밖에 없다. 내가 악이 되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내가 살아온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이다. 내 신념이 의미 없는 것이면 나라는 사람도, 존재도 사라진다. 이런 과정은 개인의 인격이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
따라서 악으로 취급받는 사람은 같은 사람들끼리 모인다. 모인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신념과 삶이 부인되는 분노를 경험했기에 더욱 강력한 응집력을 가지고 소위 ‘한’이 쌓인 채로 대립적 태도를 보인다. 이런 대립적 관계가 되면 대화는 불가능하다.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어떤 사람도, 어떤 진영도 명암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역사에는 아픔과 안타까움이 늘 존재한다.
그렇다고 역사에서 한쪽 부분만을 부각하고 그로 인해 전체를 부정하거나 평가절하한다면 그 공동체는 발전할 수 없다. 일제시대반공시대산업화시대민주화시대한반도평화시대복지국가시대는 과거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진행될 수 있었다.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주는 것은 개인의 삶에 대해 노고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개인의 삶이 인정될 때 각 공동체의 삶도 인정된다. 각 공동체의 삶이 인정될 때 우리는 서로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진정한 통합의 길이며 사회갈등의 해결책이다. 이런 역할을 잘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진정한 리더다. 대한민국의 역사, 국민에게 자기대상(self-object)이 되어주는 사람 말이다. 한 많은 대한민국의 역사는 되풀이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정재훈 한국정신보건연구회 정책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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