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신도시로 계획된 양주 옥정신도시는 착공 10여년이 흐르도록 입주율이 35%대로 지지부진했다. 함께 지정된 화성 동탄, 파주 운정 등에 비해 개발 진행 속도가 더뎠기 때문이다. 개발이 지연되면서 옥정신도시는 교육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새로운 상황에 맞딱드렸다. 뒤늦게 택지개발에 나선 건설업체들은 교육환경영향평가를 위해 사업계획 변경이나 기형적인 구조의 아파트를 지을 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이미 지구단위계획이 확정고시된 상태에서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계획 수정 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교육환경영향평가에 따른 옥정신도시 개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10년만에 찾아온 개발 훈풍, 교육환경영향평가에 발목
지난 2003년 2기 신도시 중 한 곳으로 지정된 양주 옥정신도시는 706만3천㎡에 4만1천481가구, 10만6천351명을 수용할 예정이다.
계획 당시 성남 판교, 수원 광교, 화성 동탄, 파주 운정 등 수도권에 많은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옥정신도시의 토지분양률은 저조했다. 결국 10여년간 허허벌판으로 남아 2014년 11월 입주를 시작한 지 3년 반이 지나도록 입주율이 35%에 머물렀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반전됐다. 현재 공동주택 용지 39개 블록 중 11곳 1만2천715가구가 입주했으며 용지가 매각됐거나 사업이 시행 중인 곳도 14개 블록 1만5천691가구에 달한다. 교통 인프라가 갖춰지면서 주택용지 입찰에 아파트 부지를 찾는 건설사들이 몰려 500~600대1을 기록할 정도로 과열되고 있다.
하지만 착공 후 10여년이 지난 시점에 도입된 교육환경영향평가가 뒤늦게 옥정신도시 개발에 뛰어든 건설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 사업계획을 대폭 축소해야 하는 등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2월 개정된 교육환경보호에 관한 법률(교육환경법)은 사업부지 반경 200m 이내에 학교나 학교부지가 있을 경우 건설사 또는 시행사가 지자체로부터 건축허가를 받기 전에 교육청 교육환경보호위원회로부터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교육환경보호위원회는 학교 주변의 유해ㆍ위험시설 사전 차단, 소음, 일조권 등 교육환경 전반에 걸친 영향을 검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교육환경보호위원회가 제시한 허가조건을 맞추기 위해 몸살을 앓고 있다.
옥정신도시 A19-2블록(1천304세대 설계)은 일조권 조건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현재 교육환경영형평가를 신청하지도 못한 상태다.
또 A10, A17 블록 역시 공동주택 부지와 학교 예정지가 맞닿아 있어 교육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소음과 일조권 등의 조건을 맞춰 교육청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교육청의 요구조건대로 하면 기형적인 아파트단지가 돼 입주민의 주거환경이 더욱 열악해진다”며 “더욱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다양한 개발사업 과정에서 교육환경에 대한 배려 보다는 사업성을 우선하는 바람에 교육환경 침해가 심각하다며 쾌적한 교육환경 확보를 위해서라도 일조권 등 조치계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강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환경평가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며, 일조권 확보는 법적 사항으로 교육청으로서도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환경영향평가 조건 맞추기냐 지구단위계획 위반이냐
2기 신도시인 양주 옥정신도시 개발에 뛰어든 건설사들은 막상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한다고 해도 지구단위계획 위반으로 양주시의 건축심의를 통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사업 진행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07년 3월30일 건설교통부로부터 옥정지구 개발계획 승인을 받은 LH는 당시 각 블록별 아파트 평형과 세대수를 정해 고시했다.
하지만 2017년 2월 이후 교육청 교육환경보호위원회로부터 교육환경영향평가 심의가 사업시행인가 전제조건이 되면서 최초 승인된 지구단위계획에 맞춰 사업계획을 세운 건설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심의 조건을 이행하려면 기형적인 아파트 건축으로 입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데다 설령 교육청 심의를 통과해도 지구단위계획 위반으로 양주시의 건축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유림E&C 옥정노르웨이숲은 올해 1월 옥정 A20-1블록에 대한 교육환경영향평가를 신청해 5월1차 불승인을 받았고, 지난 6월19일 수정 제출한 2차 신청서도 최근 불승인됐다. 학교 운동장 일조량을 맞추지 못해서다. 당초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60~85㎡ 규모 아파트 1천140가구를 건축하도록 계획된 이 단지는 교육청 심의 통과를 위해 65가구를 줄일 경우 지구단위계획을 위반하게 된다. 계획세대수의 2% 내에서만 축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건설사들은 수백억 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하고도 아파트 분양은 커녕 사업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내몰릴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로선 분양일정 잡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라며 “교육환경영향평가의 과도한 조건을 맞추면 지구단위계획을 위반하는 딜레마로 고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이 교육환경보호위원회의 심의기능”이라며 “A20블록은 부실한 평가요청서를 제출한 것이 부적합 판정의 가장 큰 요인이었고 앞으로도 일조권을 충족하지 못하면 심의조차 못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사 전문성 확보 및 예외조항 필요
건설업체들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교육환경보호위원회의 심의기능은 존중하지만 법이 제정됐다 하더라도 교육환경법 시행 이전에 개발계획이 확정고시된 신도시에 대해서는 예외조항을 인정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옥정신도시처럼 지연이 장기화된 경우 계획 당시와 개발 시점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교육환경보호위원회의 전문성 강화와 함께 건설사들이 제출한 교육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하는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의 인원을 확충해 평가검토와 심사 기간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환경 보호와 관련된 분석 등의 업무를 수행할 전문기관이 필요해져 설립된 한국교육환경보호원에는 교육환경평가 검토 신청서가 한해 수백여건이 접수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분석 검토할 교육환경평가팀의 인원이 부족해 신청서 검토에만 최소 2개월이 소요된다. 이런 상황을 개선해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환경보호위원회 위원들의 전문성 확보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현재 대학교수, 교육청 4급 이상 공무원, 해당 지자체 건축 관련 국장, 비영리 민간단체 추천자, 학교장, 학부모 등으로 구성해 교육환경 전반에 걸쳐 심의하고 있지만 전문지식 부족으로 대부분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의 평가자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자체의 건축위원회도 무분별한 심사로 건설사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토부에서 심의기간 단축, 심의방법, 이의제기 등 규정을 마련, 시행하고 있는 것을 비교해볼만 하다.
양주 관내 A초교 교장은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인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으며, LH 관계자는 “이상적인 법을 잣대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박태희 도의원(양주)은 “도교육청에 옥정신도시의 교육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며 “추후 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등을 통해 개선방안 등에 대해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양주=이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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