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한국 정치와 알라딘의 교훈

최근 아이들과 함께 월트 디즈니 영화 알라딘(Aladdin)을 보러 갔다. 아그라바의 좀도둑 알라딘과 술탄의 딸 자스민 공주와의 사랑, 그리고 왕좌를 노리는 사악한 마법사 자파의 음모에 대한 이야기로 개봉 첫날 관람객이 7만 명에 그쳤지만 입소문을 통해 뒷심을 발휘하면서 53일 만에 천만 관객에 오른 영화다.

한창 재미있게 영화를 보고 있는 중에 램프의 요정 지니가 말한다. “돈과 권력은 만족이 없어. 더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원하게 되거든. 하지만 거짓으로 얻는 게 많을수록 진짜로 얻는 건 작아져.” 하지만 알라딘은 “사람들은 보이는 대로 믿는다”며 지니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이후 영화는 반전을 거듭하며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지만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이었다.

일반적으로 성공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돈과 권력을 쉽게 떠올린다. 황금만능주의, 물질만능주의 시대에서 부(富)와 권력은 성공의 상징이고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리고 이를 얻기 위해 각자 치열하게 살아간다. 정치인과 정치권력 또한 마찬가지다. 여야 할 것 없이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통해 권력을 획득하는 것이 승리요, 곧 성공이다.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로 헐뜯고 싸우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알라딘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미련없이 욕심을 버린다. 그리고 마지막 요술램프 소원을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즉 지니의 자유를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오히려 알라딘은 주위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경제성장이 둔화세를 보이고 일본의 수출규제, 경제 보복으로 인한 불매운동 확산 등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연일 나라가 어지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추가경정예산 처리를 위한 여야 합의가 무산되는 등 국회는 여전히 자신들만의 권력 투쟁에 골몰하고 있다. 추경을 포함해 일본의 수출 규제 철회 촉구 결의안과 같이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말이다. 이러다가 지난 6월 국회처럼 이번 7월 국회도 빈손으로 끝날지 모른다.

여야 모두 다가오는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벼랑 끝 치킨게임으로 국익과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극한 대립 끝에 누군가는 권력을 차지하게 되겠지만 그만큼 국가와 국민이 많은 것을 잃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만약 영화 속 지니가 지금 한국 정치를 본다면 뭐라고 이야기할까. “그렇게 싸워서 얻는 게 많을수록 국민이 얻는 건 작아져”라고 충고하지 않을까? 권력을 쫓고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성공이라고 여기는 정치인들에게 진정한 성공이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Emerson)의 ‘성공(Success)’이라는 시 한 편을 소개한다.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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