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국가사적으로 추진 중인 파산서원 인근에 대형 화물트럭 주차장 설치가 가능토록 문화재현상변경을 내줘 적절성 논란(본보 6일자 1면)이 일고 있는 가운데 파주시 시굴조사에서 파산서원의 전체 윤곽을 알려주는 건물지 등 매장문화재가 상당수 발굴, 전체 영역에 대한 전면조사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3일 파주시의 파산서원종합정비계획 1차 용역사인 (재)한양문화재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원은 지난 2017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파산서원 주변 6개 지점(4천564㎡)에 대해 시굴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1지점(우계서실 추정지 주변)에서 소성유구(불을 피웠던 유적), 수혈유구(용도를 알 수 없는 유적)가 각 1기씩 발굴됐다. 또 2~4지점(파산서원 부속건물 추정지)에서는 조선시대 주거터와 소성유구 1기, 수혈유구 7기가 무더기로 나왔다.
특히 서원 사당건물이 있는 6지점 트렌치(깊은 도랑)에서 건물지의 기단석렬, 축대 등이 발굴됐다. 이 건물지는 사당옆에 붙어 있는 정면 3칸, 측면 1칸으로 추정되며 담장지와 축대(2기)도 있고 난방시설, 배수로가 존재하는 것에 미뤄 제례를 준비하는 ‘전사청’ 건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시굴조사에 이어 파산서원의 시초가 된 우계서실지 발굴을 위해 경기도가 화물트럭 주차장 설치를 허용한 지점에서 불과 20여m 떨어진 우계서실 유허비 등지에 대한 정밀조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계묘역과 파산서원 연구자인 차문성씨(한국전통문화대학교 박사과정)는 “우계 성혼선생(별호 묵암)은 사숙인 퇴계선생이 돌아가신 1570년에 우계서실을 세우고, 다음 해 우계서실로 명해 글씨를 적은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차씨는 “퇴계의 도산서당처럼 우계서실에서 높은 경지의 학문과 후학교육을 염두에 둔 승당입실(升堂入室: 마루에 올라 방에 들어간다는 말로 논어 선진편에 나온다)의 의미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후기 소론 영수였던 윤증의 명재유고 권33 ‘우계서실중수기’에 실려 있듯 우계서실은 101년 뒤(1671) 다시 편액을 걸고 도산서당과 같이 세 칸 남짓 집 한 채를 중수하고 화덕과 굴뚝, 우물도 있은 바 파산서원의 체계적인 보존정비 활용을 위해서라도 우계서실지의 전면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파주시 관계자는 “새로 종합정비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2차 용역을 맡아 오는 10월까지 진행하고 있다”며 “우계서실지에 대한 중요성을 감안, 유허비 주변을 다음 달부터 집중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 선조(1568) 때 파주에서 처음으로 창건된 파산서원(경기도 문화재 자료 제10호)은 서원철폐령에도 존속된 47개 서원 중 한 곳으로, 파주시는 파산서원을 국가사적으로 지정받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문화재 지표조사를 벌이고 있다.
파주=김요섭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