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산업성은 올해 7월 1일(시행은 7월 4일)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을 개별허가 대상으로 지정했다. 또한 올해 8월 2일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국에서 제외하는 결정(시행은 8월 28일부터)을 했다. 일본은 왜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일까? 우선,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판결과 그 이후의 조치(특히 일본기업의 자산 압류)에 대한 일본 측의 반발이 존재한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를 취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국의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존재, 이에 대해 일본 측이 구체적인 설명을 요청했음에도 3년간이나 수출통제협의회가 없었다. 즉,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문제와 이번 수출규제와는 관련성을 부정한다. 이는 이번 조치가 GATT 협정을 위반하지 않는, 정당한 조치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다. 참고로 GATT 21조에서는 안보상 필요할 경우 무역제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번 일본의 조치는 아베 정권이 선거(7월 21일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선거와 이번 수출규제와의 관련성을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부정한다. 어느 주장이 사실일까? 일본의 이번 조치는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선거에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번 조치는 일본이 한국에 경제 제재를 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가? 적어도 일본 정부는 경제 제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이 수출규제를 가한지 한 달 만에 개별허가 품목인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 등 수출을 허가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으로의 수출을 완전히 못 하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며, 적절하게 이루어지는 수출은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화이트국에서 제외된 이후,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수출은 원활하게 이루어질까? 화이트국에서 제외되면 이전보다 포괄적 허가를 받기가 어려워지지만, 모든 품목에 대해 개별허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반포괄허가(이른바, 화이트포괄)와는 달리 특별일반포괄허가는 화이트국이 아니어도 적용될 수 있다. 또한 화이트국에서 제외되면 일본의 수출업자는 수출물품의 용도와 수요자에 대한 확인을 해야 한다. 다만 일본 경제산업성의 통지를 받은 경우 리스트 규제 이외의 품목에 대해서도 경제산업성의 개별허가가 필요하다. 아직 개별허가가 원활하게 이루어질지, 얼마나 특별일반포괄허가가 적용될지 불확실하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번 위기를 과도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이번 위기를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최근 일본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단, 이러한 불매운동은 어디까지나 민간의 자발적인 선택의 결과이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일본에 대한 불매운동, 보이콧 운동을 주도ㆍ조장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 최근 취업난 속에서 많은 한국의 청년들이 일본 기업에 취업을 해왔는데, 고용노동부는 최근 “일본만을 대상으로 하는 하반기 취업박람회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의회는 전범기업에 대한 조례안을 발의했다. 도쿄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한국 측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초래하고 또한 한일관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편 다행스럽게도, 문화체육관광부는 “한일관계가 어렵지만, 문화체육교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양국 시민들 간, 지자체 간 교류는 양국 간 정치 갈등을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수출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의 보수정권에 대해 반대를 할 수 있지만,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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