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30대 남성이 미성년자인 A양에게 필로폰을 주사한 뒤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가 선고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남성이 A양을 성매매를 위해 만나 대가를 지불했고, A양이 필로폰 투약을 동의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가 사전에 성매매에 동의했다 하더라도 피해자는 여전히 그 동의를 번복할 자유가 있고, 예상치 못한 성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거부할 자유를 가진다”고 하며 해당 판결을 파기환송한 것이다.
성을 파는 아이들, 성매매와 성폭력의 경계는 늘 위태롭다. 대법원이 청소년의 자발적인 성매매도 경우에 따라서는 성폭력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한 점에서 위 판결은 의미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청소년의 자발적 성매매를 성행위에 대한 동의로 보고 있는 한, 청소년들의 성적 무지 내지 그루밍을 통해 이루어지는 성매매는 그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일부 비판이 존재한다.
청소년들의 성매매는 이미 한계점을 넘었다. 실제 성매매로 적발돼 여성가족부에 통보된 아동·청소년은 2013년 45명에서 2017년 475명으로 급증했지만, 위 수치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이는 성매매에 연루된 청소년들이 ‘자신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성매매에 유입된 미성년자들을 자발성을 근거로 ‘피해청소년’과 ‘대상청소년’으로 구분하고 있다. 강요나 협박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성매매에 가담한 것이라면 ‘피해청소년’으로 분류되어 법적 보호를 받지만, 성매매에 동의한 것이라면 ‘대상청소년’으로 분류되어 보호처분(소년원 송치까지 포함)을 받게 된다.
성매매 유입 청소년들의 경우 대부분 성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잘 곳이 없거나(35.0%), 다른 일자리가 없거나(26.2%) 등 생활을 위해 성매매에 나서고 있다. 그렇기에 청소년 성매매의 경우 해당 청소년이 당장 돈이 필요하거나 가정과의 유대를 상실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이용하여 처음에는 친밀하게 접근하다가, 점차 강압적이고 극악해지며 성폭력의 특성을 띄는 경우가 많다. 실제 성매매 경험이 있는 청소년 103명 중 80%가 욕설·폭행(36.9%), 협박(19.4%), 동영상 촬영(15.5%), 강간(14.6%) 등의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국가인권위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실태 조사’(2016)).
그럼에도, 현행 아청법은 자발적 성매매라는 이유로 그 책임을 온전히 청소년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이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아청법이 오히려 청소년에 대한 입막음의 도구로 악용되어, 음성적 성매매를 확대시키고 2차 범죄를 양산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성을 파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죄인으로 보는 한 청소년 성매매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들의 성은 착취될 뿐,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성매매에 연루된 청소년을 죄인이 아닌 피해자로 보고 교화와 보호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자발적 성매매라는 이유로 어린 아이들을 죄인으로 삼는 것은 어른들의 비겁한 책임회피일 뿐이다.
이승기 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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