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4개월 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안 찍은 국민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란 대통령의 말에 진정성을 느꼈다. 그동안 국정운영을 보면서, 또 조국 후보자 임명을 보면서 국민은 “기회는 불평등하고, 과정은 불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지 못함”을 알게 됐다.
도대체 문 대통령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어떤 나라인가? 첫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인하는 나라다. 문 대통령은 신영복을 ‘훌륭한 사상가’로 언급하고 김원봉을 “최고 독립유공자 훈장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신영복은 김일성이 가장 중요시했던 남한 지하 혁명조직 ‘통혁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았던 사람이고, 김원봉은 월북해 북한 내각의 일원으로 6·25 전범이다. 아무리 ‘낭만적 민족주의’를 강조해도 결코 그들의 행적은 정당화될 수 없다.
문 대통령의 ‘자유’란 불평등을 조장하는 자유이기에 ‘자유민주주의’란 단어를 거부한다. 문 대통령은 개인과 기업의 자율과 경쟁을 존중하는 시장경제보다는 국가에서 통제하고 배급하는 ‘국가주의 경제 체제’로 바꾸려 한다. 그 폐해와 부작용을 지금 우리 모두가 겪고 있다. 사상 최악의 소득 양극화, 최고의 실업률, 세금알바 74만 개, 급증하는 국가부채, 59조5천억 원에 달하는 상반기 재정적자, 1%의 저성장 등이 현 정권의 성적표다.
둘째, 한·미 동맹과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체제를 무시하고 친북·친중 체제로 외교 안보의 기본 틀을 바꾸는 나라다. 국제 질서는 한마디로 ‘힘의 불균형’이다. 스스로를 지킬 역량이 없으면 강자와 동맹을 맺든지, 북한처럼 핵무기로 어깃장을 놓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손잡고 ‘평화경제’를 일궈나가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는 고립무원이다. 안보 위기가 닥치면 동맹부터 다지고 우방을 넓히는 게 외교 상식인데 정반대로 가고 있다. 북한 이벤트와 반일 감정 촉발에 이어 이제는 반미로 나갈 것인가?
셋째, 선악 이분법으로 국민을 분열시키는 나라다. 나는 선(善)이고 너는 악(惡)이다. 조국 사태를 보니 나는 가짜 선(善)이고 위선임을 알게 됐다. 악(惡)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야비해진다. 인터넷 댓글 조작은 기본이고 수상한 여론조사가 판을 치고 있다. 국민이 막연하게 알고 있거나 잘못 알고 있던 많은 일들을 조국 후보자를 통해 알게 됐다. “하늘의 그물은 성긴 것 같아도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다”는 말이 적중했다.
넷째, 대통령 마음대로 하는 나라다. 조국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은 심사숙고의 결정이 아니라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다. 허울뿐인 인사청문회를 통해 자격 미달 장관과 이념에 치우친 대법관, 헌법재판관을 마음대로 임명하고, 입맛에 맞지 않는 검사들을 좌천시키는 나라다. 누구보다 경청하는 척하나 누구 말도 듣지 않는 소통 제로의 나라다. 문 대통령이 바꾸려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대한민국 헌법에 반(反)한다.
결국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는 ‘결코 경험해서는 안 될 나라’다. 이제라도 문 대통령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가 과연 무엇인지 국민에게 말해야 한다.
이인재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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