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포용 정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다. 그러나 검찰개혁과 현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는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연일 계속되고 있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첫 주말인 지난 19일 서울 광화문에선 현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반면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고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가 개최됐다.

지난 14일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조 전 장관의 사퇴에 대해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과 조 전 장관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쪼개진 상태로 극한 대립 중이다. 정치는 실종되고 광장 정치가 난무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장외 집회보다 민생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비판하면서 자유한국당이 국론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이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라며 정부의 독단을 막기 위해 장외 집회를 계속 해나갈 것임을 거듭 밝히고 있다.

민생과 경제는 엉망인데 정쟁은 끝이 없다. 최근 국제통화기금 IMF는 10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6%에서 2.0%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난달 한국 경제성장률을 2.4%에서 2.1%로 0.3포인트 내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했다. 이는 ‘18년 통계청 기준 세계 130위권 수준이다.

게다가 빈부 격차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의 지표가 되는 지니계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05년 0.286이었던 지니계수는 ‘07년 0.300으로 높아지고 ‘14년까지 0.303으로 0.3대를 유지하다가 ‘17년에는 0.355까지 치솟았다.

불안한 정치 상황과 계속된 경기 침체로 국민들의 삶은 퍽퍽하기만 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세대, 계층 간 갈등과 반목은 더욱 심해지고 극단적인 정치적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버금가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경제학자 아세모글루와 하버드대 정치학자 제임스 로빈슨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 이 책에선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적인 정치·경제 제도가 한 국가의 발전과 번영을 불러온다고 역설한다. 즉 경제적 번영의 길로 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클리츠도 한국의 성장 둔화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포용적인 접근을 강조한다.

한국은 불과 반세기 만에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는 놀라운 경제 기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공정한 경쟁과 진정한 혁신 그리고 창조적 파괴를 용인하는 포용적인 제도가 확립되지 않으면 한 차원 더 높게 도약할 수 없다. 조국 사태로 인한 여야의 극한 대립과 세 대결 싸움 모두 이제 그만 멈춰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포용의 정치는 정치인의 몫이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포용적 정치인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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