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까지 탐내는 파란 가을하늘
가을하늘
- 조규영
가을
하늘은
독수리도
탐이 나서
먼 산
위에서
뱅 뱅
맴을 돌며
며칠째
파란 하늘을
도려 낸다
자꾸만.
언젠가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랑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마침 가을이 한창인 때였다. 친구가 갑자기 창밖의 하늘을 가리키더니 이런 말을 했다. “윤형, 내가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가장 그리워했던 때가 언제인지 알아? 가을이야, 가을. 저 하늘 좀 봐. 얼마나 아름다워?” 정말이다! 잡티라곤 한 점도 찾을 수 없는 저 푸르디푸른 한국의 가을 하늘, 이는 세계인들이 인정해 주는 우리의 보물이 아닐 수 없다. 이 동시는 바로 우리의 보물을 간결하고도 똑 부러지게 말하고 있다. 이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 시인은 독수리를 내세웠다. 독수리까지 탐을 내는 가을 하늘이다. ‘먼 산/위에서/뱅 뱅/맴을 돌며//며칠째/파란 하늘을/도려 낸다/자꾸만.’.독수리는 파란 하늘을 먹잇감으로 알았나보다. 아니면 시샘이라도 난 걸까? 하루도 아니고 며칠째 뱅 뱅 맴을 돌며 그 날카로운 부리로 파란 하늘을 도려낸다. 그렇게 해서 떼어낸 파란 하늘 아니, 그건 파란 유리창이다. 가을 하늘이 ‘쨍!’하고 갈라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다. ‘자꾸만.’. 요 끝부분이 또한 사람을 죽인다. 파닥이는 생선의 비늘처럼 생동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가.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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