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누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가

지난달 29일 통계청은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통계청은 “과거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포착되지 않던 기간제 근로자가 추가로 포착됨에 따라” 비정규직의 규모를 전년대비 증감으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자료 이용 시 유의사항”을 일러두었다.

그럼에도, 곧바로 “비정규직 역대 최대”, “비정규직 비율 급증”, “숨은 비정규직 50만” 등의 제목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이에 대해 조사방식 등의 변화라는 해명과 이를 둘러싼 비정규직 통계의 신뢰성까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규모가 증가했다. 증가한 규모의 차이는 ‘조사방식의 차이’라고 이해하더라도, 비정규직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떤 집단의 비정규직 규모가 증가한 것인가? 누가 주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가?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 규모가 2018년 661만 4천 명에서 2019년 748만 1천 명으로 증가했다. 약 86만 7천 명이 증가한 것이다. 이를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은 42만 명, 여성은 44만 7천 명이 증가했다. 단순하게 규모의 증가만 보아도 남성보다 여성 비정규직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중에서 여성은 55.1%를 차지한다. 그러나 정규직 중에서 여성은 38.5%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여성이 더욱 심각하게 비정규직 문제를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남성은 29.4%가 비정규직이지만, 여성은 45.0%가 비정규직이다. 즉, 남성은 10명 중 3명, 여성은 10명 중 5명 정도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 증가에 주목한 사람들은 향후 정부의 정책, 노동계의 대응 등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비정규직 확대가 문제라는 것,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이제 해결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때다.

통계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성노동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은 비정규직으로 인한 고용불안, 경력단절, 저임금, 성차별 등의 다양한 문제를 복합적이고 중첩적으로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지점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해결방법을 찾으면 된다.

정형옥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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