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자로 승진한 여성 서기관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번에 승진한 A씨는 명퇴를 불과 두 달 남겨놓고 있다. 물론 명퇴가 강제조항이 아니어서 하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명퇴는 공직사회의 선ㆍ후배 간 약속이다. 후배들에게 승진기회를 주기 위해 1년 빨리 나가는 것은 오랜 관행이다. 과거 일부 사무관이 개인적인 주장을 내세워 명퇴를 거부한 사례는 두고두고 입방아에 오르
곤 한다. 그 만큼 명퇴 거부는 후배 공직자들에게는 배신감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은 A씨가 이번 달 15일까지 명퇴신청을 할지를 두고 관심이다. 공직 내에서는 ‘비난을 안고라도 명퇴하지 않고 내년 7월 공로연수 간다’. ‘명퇴 없이 끝까지 간다’는 등 설이 난무하고 있다. 이번 인사는 본인도 놀랄 정도로 깜짝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가 원칙이든 비원칙이든 시장의 절대적 권한이다. 하지만 공직 사기가 걸린 만큼 예측 인사가 바람직하다. 공직자들은 승진인사에 순서를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서열이나 안배가 아니면 능력이라도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럼에도 이번 인사는 어느 것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박윤국 시장은 표면적으로 여성 공직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라지만, 고개만 갸우뚱할 뿐 동의하는 여성 공직자는 거의 없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 시장 취임 이후 서열이나 능력과 상관없이 유독 여성 공직자들의 승진이 두드러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아무튼 이번 박 시장의 인사는 여러 가지 선례를 남기게 됐다. 명퇴 2개월을 남겨놓고 승진한 만큼 예정대로 명퇴한다면, 모든 공직자는 남은 개월 수와 상관없이 승진 가능성에 기댈 것이다. 또 6개월 공로연수를 간다면, ‘서기관은 공로 연수 가서는 안 된다’는 박 시장의 선언적 의미가 퇴색된다.
끝으로 명퇴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명퇴라는 약속은 지켜지기 어려워져 시장이라도 압력을 가할 수 없다. 결국, 명퇴 대상자는 물론이고 인사권자마저 인사 갈등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과거 시장들이 인사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전횡처럼 휘둘렀던 사례는 많았지만,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공직자들에게 돌아갔다. 박 시장도 취임 초 이런 인사 전횡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약속이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약속은 지키려고 있는 것이다. 신뢰의 시작과 끝이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인사에 기대를 거는 대목이기도 하다.
포천= 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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