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복사꽃 어머니

오월의 간이역에 당신이 내리던 날

목숨 다한 꽃의 비상 잠시 빛나는 그 모습

한 평생을 바라보던 당신에게로

이제 고개 들어 마주합니다

바람으로 가득 찬 내 사랑

까칠한 나무피를 벗겨낸 자리에

복사꽃 속에 숨은 이름 엉엉 빠지는 그리움에

무작정 용서했던 기억만으로 당신에게 나는 갑니다

한 줄 흔적도 없는 삶을 왜 그리 분주하고

힘들게 밟아 왔는지 당신은 알면서도

그냥 이 계절 한창 피어오르면 되는 것을

그러다 놀란 듯 떨어지면 되는 것을

오랜 세월 혼수상태 된 희망

그 속에서도 붉은 등으로 우뚝 서서

환한 살빛을 쏘아대는 당신은 풍성한 표적입니다

사랑하라고 사랑하라고

떠나기 전에 사랑하라고

바람에 순종하는 문풍지처럼

오늘은 복사꽃 바람이고 싶습니다.

차경녀

<한국문학정신>으로 등단.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낭독시200편(CD)제작 영상시. 부천여성문학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부천지부 감사. 시예술방송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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