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부엌에서 물 한 모금을 들이켜고 화장실로 향한다. 세수 후 처가 정성껏 차려 준 아침밥을 맛나게 먹고 양치질을 한다. 곧바로 집을 나서 팔달산 자락에 자리 잡은 경기도의회로 향한다. 도시환경전문위원실에 들어서 커피 한 잔을 음미하며 도민의 삶을 행복하게 할 방안은 무엇인지 체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조금 전 일상을 잠시 되돌아보면 중요한 매개체가 존재한다. 바로 ‘물’이다. 작년 도의회에 입성해 도시환경위원회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이런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먹는 물이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가 먹게 되는지를 알게 되고 나니, 더욱더 소중한 마음을 갖게 됐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별생각 없이 써왔던 습관에 대한 미안한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 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사는 수도권 지역은 팔당호 상류지역에서 물을 공급받고 있다. 그러므로 팔당상수원은 국가적으로 무척이나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물을 공급받으려고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다는 사실을 사용자인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문득 6ㆍ25를 겪었던 노인분을 만난 일이 생각난다. 노인께서는 수도권에 전시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나에게 물었다. 그 당시에는 서울일지라도 각 가정이나 주변에 우물과 등이 있어 쉽게 구할 수 있어 몇 개월은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그때와 같은 상황이 온다면 어떨까! 현재 90% 가까이 아파트 숲으로 이뤄진 서울에 물의 공급이 완전히 끊어지는 사태는 생각만 해도 정말 아찔하다. 이런 의미에서 팔당상수원은 우리에게 너무도 소중하다.
팔당 상류지역은 상수원 수질보전을 위한 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 특별대책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 각종 규제로 오염원의 입지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지역주민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수처리시설, 축산폐수처리시설 등 환경기초시설은 타 지역에 비해 강한 배출기준 적용과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도의회에서 ‘특별대책지역 규제고시를 폐지하고 수계관리 정책을 수질오염 총량관리로 일원화할 것’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물론 이를 정부가 받아들이기는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도의회에서 현행 정부의 규제 위주의 환경정책에 대한 지원과 합리적인 수질관리 정책을 바라는 지역 주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대변한 것이다.
지난 주말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에 있는 팔당 전망대를 찾았다. 많은 방문객이 고즈넉한 늦가을 풍경을 감상하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이 팔당을 둘러싼 이러한 고민을 알고나 있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오늘도 수도권 2천6백만 주민의 식수원 보전과 상류지역 주민의 행복한 삶을 어떤 슬기로운 방법으로 풀어야 할지를 도의원 입장에서 고민하며 하루가 저문다.
김태형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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