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지나친 정부의 시장 간섭

국가 경제정책 수립의 기초는 서민 경제 안정에 있어야 한다. 즉, 서민이 생활하는데 필요한 생필품 가격의 안정이야말로 경제정책 수립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서민 물가가 안정되어 있다는 정부의 발표와는 다르게 서민의 체감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우리가 가장 빈번히 접하는 외식물가를 예로 들어보자. 불과 2년 반 전인 문재인 정부 초기, 5천원에서 7천원 하던 서울에 근무하는 직장인의 점심값은 최근 대부분 7천원~1만 원으로 상승하였다. 비싼 물가 때문에 점심을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구미(歐美) 직장인과 같이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하나같이 요즘 경기가 예전 IMF 때보다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왜 우리가 느끼는 생활 물가는 계속 오르는 걸까? 불황기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알아보자. 영국의 정치가인 매클러드(Iain Macleod)가 1965년 영국의회의 연설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상승)을 합성한 신조어로 경제가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상태를 말한다. 2차 세계대전 전까지의 물가는 불황기에는 하락하고 호황기에는 상승하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경기의 호·불황에 관계없이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왜일까? 상품 가격의 상승과 경기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상품의 가격이 상승하면 그 상품은 팔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품이 팔리지 않으니 재고는 급증하고 생산은 위축된다. 결국, 기업은 문을 닫게 된다. 기업의 도산은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실업자의 수는 급증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경기가 침체된 것이다. 이해를 위해 예를 들어보자. 같은 지역에 제과점 3곳이 경쟁하고 있다. A 제과점은 대기업 계열의 직영점으로 넓은 매장과 멋있는 인테리어 그리고 숙련된 종업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나 비싼 빵값을 받고 있다. B 제과점은 중소기업이 운영하는 곳으로 인테리어와 종업원의 숙련도, 빵 가격 등이 중간이고 마지막 C 제과점은 소형 매장에서 사장이 1명의 종업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물론 저렴한 빵값이 장점이다. 얼마 후 경기침체가 와서 동네 사람들이 빵을 사는데 지출하는 비용을 줄인다면 생존을 위해 자금 여력이 있는 A 제과점이 가격을 낮추고 뒤이어 B 제과점이 가격을 낮출 것이다.

소비자는 더는 C 제과점을 찾지 않을 것이고 C 제과점은 문을 닫을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B 제과점도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이후에도 경기침체가 계속된다면 더는 가격을 낮출 수 없는 A 제과점은 살아남기 위해 직원을 해고할 수밖에 없으나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고용 유지 정책으로 인하여 제품 가격을 올려 생존의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기의 침체로 제과점을 찾는 소비자는 감소하지만, 늘어나는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생존을 위해서는 제품 가격을 지속해서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스태그플레이션의 무서운 점이다.

침체된 경기하에서 기업이 경제 상황에 맞는 정책을 자율적으로 결정하지 못한다면 시장은 왜곡되고 결국 시장의 승자는 자본이 많고 대출이 유리한 대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항상 유연해야 한다. 시장에서의 제품 가격의 결정은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최저 임금이 급격한 인상, 경기 부양을 위한 지속적인 재정지출 및 통화량의 증가 등은 경제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맥을 끊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임기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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