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 쓰라 한다
갚을 능력도 없는 시인에게
정을 빌려 쓰라 하면 얼씨구나 뭉텅뭉텅 빌리겠지만
세월 빌려 쓰라 하면 절씨구나 자란자란 빌리겠지만
건넛산은 제 등허리 넘어 하늘을 내어준다
가슴 가득 출렁이는 넉넉함을
정 굶으면 쓸쓸함에 쓰러지는 나그네에게
추억 나들이에 더 바랄 것 없는
강 아래까지 붉게 물들이는 하늘을 내어준다.
정순영
경남 하동 출생. 1974년 시전문지 <풀과 별>천료. 부산시인협회 회장,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역임. 시집 <사랑>등 8권. 부산문학상, 한국시학상 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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