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내내 많은 사람이 산을 찾는다. 숲 속을 수놓은 야생화를 찾으러, 곱게 물결 치는 단풍과 청량한 바람을 만나러, 장대한 바위 위에 소복하게 눈이 쌓인 비경을 담으러 산에 오른다. 오랜만에 뿌듯하다. 산자락에 걸터앉아 사색에도 잠겨본다. 산의 갖가지 매력만큼 많은 사람이 산을 찾는다. 그리고 도시를 벗어나 멀리 떠날수록 찾고 있는 무언가를 대면할 기회가 커지듯 깊이깊이 걸음을 내딛는다.
파주엔 감악산, 동두천엔 소요산, 포천엔 백운산, 남양주엔 천마산, 가평에는 명지산, 경기북부에는 누구나 한 번쯤은 가고 싶은 보석 같은 산들이 많다. 하지만, 그만큼 ‘산악사고’도 많은 곳이다. 작년 한 해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에서 출동한 산악사고는 총 685건이다. 한 달에 60회가량 출동한 셈이다. 작년 11월 기준 649건 대비 올해 4분기 기준 652건 출동해 올해 출동건수가 소폭 많다.
지난 5월 가평 화악산으로 산나물 채취를 나섰다 실종된 남성이 있었다. 소방, 경찰 등 인력 680여 명과 구조견, 드론 등 장비 141대를 동원해 8일가량 수색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12월에는 호명산에서 등반 중 어깨가 탈골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구조대가 2시간가량 등반해 요구조자를 찾아 특수대응단 헬기로 병원까지 이송했다. 13시 49분 출동, 18시 43분 귀소, 요구조자 한 명을 구조하는데 5시간가량이 소요됐다.
평지보다 높이 솟아 있는 땅을 산이라 부른다. 자연히 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많은 사람이 도시에 살고 소방의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도 도시에 많다 보니 소방공무원은 주로 도시에 많이 배치돼 있다. 그러다 산악사고가 발생하면 인적 드문 곳을 향해 출동한다. 그 시간만큼은 다른 출동지에 갈 수 없으며 산악사고는 구조까지 투입되는 시간이 가장 긴 출동에 속하다 보니 여러모로 한 건, 한 건이 부담되는 출동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산에 가더라도 잊어서는 안 되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산행을 처음 하거나 초행길인 경우 나 홀로 산행은 자제해야 한다. 산행은 8시간 이내로 하며 해지기 1시간 전에는 반드시 마쳐야 한다. 일행 중 가장 처지는 사람을 기준으로 산행하며 체력의 3할은 비축해두고 자신의 체력과 능력을 과신하지 말자. 마지막으로 지도나 안내서를 휴대해 수시로 위치를 확인하고, 조난 시 119로 신고한다. 소방청에서 제작한 애플리케이션 ‘119신고’를 미리 설치해뒀다가 활용하면 더욱 유용하다.
산악사고가 발생하면 소방의 많은 인력과 장비가 오랜 시간 산으로 투입된다. 소방공무원들이 구조를 기다리는 당신을 간절한 마음으로 찾지만 찾지 못할 수도 있으며, 또한 그 시간 동안 도시에서 내미는 요청의 손길 중 일부분은 잡아줄 수 없다. 정말 어려운 출동이다. 산에서는 안전사고 방지에 더욱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주길 바란다.
조인재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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