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2월 21일, 충북 제천에 위치한 스포츠센터에서 끔찍한 참사가 있었다. 당시 건물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확산되어, 29명의 희생자와 많은 부상자가 나왔다. 인명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여러 문제점이 나왔다. 그중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건 스포츠센터 건물 내 비상구의 관리실태였다. 3층 남성사우나에서는 손님과 함께 있던 이발사가 비상구의 위치를 정확하게 숙지해 비상계단으로 안전하게 대피했기 때문에 화를 면했다. 반면 2층 여성사우나는 비상구 내부에 물품을 쌓아둔 선반이 놓여 있는 등 관리가 부실했고,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만약 비상구가 잘 관리됐다면, 사람들이 이를 이용해 밖으로 안전하게 대피했을 것이고, 인명피해도 줄었을지 모른다. 위급한 상황에서 비상구가 닫혀있거나 주변 적치물로 인해 대피가 어렵다면 비상구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중한 생명의 문을 우리의 무관심으로 인해 닫고 있는 건 아닌지 고심해볼 필요가 있다.
겨울철에는 화재 위험이 급증한다. 건조한 날씨, 전기·화학 연료를 이용한 각종 난방기구의 사용량 증가 때문이다. 또한 이번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영화상영관, 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업소의 화재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제천의 사고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대대적으로 비상구 및 기초 소방시설 점검에 나섰다.
다중이용업소 영업주는 비상구와 피난통로에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10조에 따라 ‘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을 폐쇄하거나 훼손하는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장애물을 설치해서도 안 된다.
다중이용업소 관계인은 고객들의 안전을 위해 피난·방화시설을 유지·관리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 고객의 피난 계획 미비, 통로 및 비상구의 장애물 적치는 위법행위이다. 다중이용업소 이용객도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피난 통로를 확인한 다음 해당 업소를 이용하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비상구 등을 훼손하거나 사용할 수 없게 하는 행위는 단순한 위법행위가 아니라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다. 소방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 스스로 화재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상구와 피난시설을 ‘생명의 통로’로 인식하고, 우리의 따뜻한 보금자리와 내 가족 내 이웃을 지키도록 하자. 비상구는 생명의 문이다. 화재로부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건물 관계인은 소방ㆍ피난시설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함은 물론, 시민들도 다중이용업소를 방문할 때 비상구를 확인하는 습관을 갖는 등 스스로 안전의식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이경수 구리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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