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데뷔 10년째를 맞은만큼 2020년대에도 다양한 콘셉트를 갖춘 웹툰으로 독자들을 찾아뵙겠습니다.”
3일 오후 5시 남양주 덕소역 인근에서 만난 유영태 작가(40)는 만화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 온 학창시절과 데뷔 전후 이야기, 그리고 데뷔 후 10년 간의 이야기를 설명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말했다. 아들 필상 군(7)의 육아와 작가 활동을 병행해야 해 하루 3~4시간 밖에 자지 못하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지만 표정은 더없이 밝았다.
유 작가는 현재 다음에서 <사야이>(사회인 야구 이야기)를 주 2회, 네이버에서는 <정이네 동물병원으로 어서오세요>를 주 1회씩 연재하는 웹툰 작가로 지난 10년 간 <에펨툰>, <유타의 방주>, <EPL툰> 등 다양한 콘셉트를 갖춘 작품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그 중 데뷔작인 <에펨툰>은 연재와 동시에 네이트와 골닷컴에서 매주 다음편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댓글이 넘쳐났고, <사야이>는 지난 2012년에 연재를 시작해 현재 시즌3까지 연재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반적으로 그의 작품은 편안한 그림체를 통해 우리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요소를 인물간 대화에 담아내 포근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스포츠 웹툰 위주의 작가라는 이미지와 달리 지난해 5월부터 연재 중인 <정이네 동물병원으로 어서오세요>에서는 반려동물과 관련한 이야기를 그려내 우리가 그 동안 간과하고 있던 점들을 알려준다. 대표적으로 웹툰 1~2화에서는 반려견의 안락사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다. 연재 시작과 동시에 상반된 시선을 띤 댓글들이 넘쳐났지만 수의사의 관점에서 바라 본 안락사 문제를 ‘돌직구’처럼 던진다. 아울러 반려동물의 슬개골 탈구ㆍ복막염ㆍ우울증 등 건강 문제, 보험 가입 필요성 및 관련 정보 등을 수의사의 입을 빌려 그려내 그 동안 웹툰계에서 보기 힘들었던 주제를 다뤄 눈길을 모았다.
<사야이>도 지난 2012년 연재에 앞서 자신이 직접 사회인야구팀을 창단해 회원을 모으고 근 10년 간 경기 안팎으로 벌어진 해프닝과 야구 정보를 제공하며 야구계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정이네 동물병원으로 어서오세요>는 수의사인 사촌 형에게 자문을 구하고, <사야이>는 본인이 직접 체득하고 한 주 중간중간 벌어진 일들을 사진과 그림, 동영상을 통해 콘티를 짜 연재하고 있다.
매 작품 연재와 동시에 호평과 다양한 댓글을 쏟아내는 유 작가지만 인고의 시간은 짧지 않았다. 어렸을 적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한 그는 고등학생 시절 만화가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대학에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대학은 가야하지 않냐는 담임교사의 설득으로 ‘만화든 도면이든 그리는건 마찬가지니까’라는 이유로 건축학과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잠시 만화를 내려놓고 2년 간의 연극동아리 활동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 군 입대 전 자퇴와 동시에 <삼국장군전>을 비롯해 유수의 작품을 그려낸 박수영 작가의 화실에 들어가 만화가로서의 꿈을 키워나갔다. 군 전역 후에도 약 2년 간 화실 생활을 거친 후 본격적인 데뷔를 위해 개인 작업을 해왔지만 데뷔 기회는 5년이 지난 2010년이 돼서야 찾아왔다. 당시만 해도 만화 잡지사에서는 내용이 좋아도 그림체가 잡지사 취향에 맞지 않으면 데뷔를 할 수 없었던 시절이라 웹툰계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 잡지사에서는 단편 작품 3개를 연재하면 정식 계약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잡지사 사정이 좋지 않아 데뷔가 미뤄지는 등 ‘놀고 싶지 않은데 놀아야 하는’ 불운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유 작가는 웹툰 중 조석의 <마음의 소리>를 읽고 만화는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 윤태호의 <이끼>를 읽고는 웹툰도 만화 못지 않게 스릴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웹툰 작가로의 데뷔를 고려하게 된다. 당시 네이트는 골닷컴과의 연계로 스포츠 웹툰을 대거 연재하고 있었고 그는 실제 축구계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게임 Football Manager를 웹툰화한 <에펨툰>으로 서른이 돼서야 데뷔하기에 이른다. 이후의 행보는 <유타의 방주>, <유영태의 TOP&TOP>, <사야이>, <정이네 동물병원으로 어서오세요> 등 작품으로 이어졌다.
유 작가는 “데뷔하던 당시 네이트와 골닷컴이 스포츠 웹툰을 백화점처럼 골라보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기조였고 그에 맞게 작품을 그려내다 보니 현재에 이르게 됐다”라며 “지금은 매주 일요일 점심부터 작업을 시작해 월~화요일에 작품 콘티를 짜 금요일까지 마감하면서 하루 3~4시간 밖에 자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너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해를 맞이했는데도 지인들이나 독자들 중에서도 취업, 직장, 진로 문제로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나도 서른 살이 넘어서 데뷔했다는 점을 보며 용기와 희망을 갖길 바란다”며 “향후 남자 취미의 끝판왕인 낚시와 오토바이 등을 주제로 독자들을 찾아뵙겠다”라고 말했다.
권오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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