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십이지(十二支)에서 쥐의 해로 특히 흰쥐의 해이다. 흰 쥐띠의 해는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고 하니 우리네 삶도 한층 넉넉하고 풍요롭기를 기대함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닐까 한다.
작년 한 해 우리 사회는 여러 부침(浮沈)을 겪었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갈등과 반목이 증대되었으며 정치적 사안에 대한 진영논리는 어느덧 우리 일상의 삶까지 파고들면서 더욱 각박하고 대척점을 이루는 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눔과 기부가 넉넉한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라는 말을 상기할 때 나눔과 기부를 통해 우리 사회의 미덕이 퍼질 때 우리는 비로소 개인의 삶도 풍부해지면 우리 사회의 품격도 한 층 높아질 것이다.
기부와 나눔의 동참에 있어서도 언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엔트만(Entman. M)을 비롯한 여러 언론학자는 언론이 특정 주제에 대해 다루는 내용은 파편화되고 프레이밍 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따르면 언론에 기사화되고 보도되는 과정에서 특정한 부분을 선택하고 강조함으로써 현저하게 틀을 짓게 되고 이를 통해 그 내용에 노출되는 사람들은 프레임 안에서 인식하게 된다. 이를 철저하게 규명할 수 없다. 하더라도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과 내용이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모금과 인도적 사업의 실질적 주체자인 대한적십자사가 언론에 어떻게 비치느냐는 매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벌이는 적십자회비의 자발적 모금제도의 대중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적십자회비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좋지 않은 기사들이 나오다 보니 적십자의 나눔과 기부활동에 참여하면서 인도주의 활동에 물심양면으로 후원하고 지원하고 계신 기부자, 봉사자, 적십자회비 지로고지서를 세대주에게 직접 전달해주시기 위하여 봉사하시는 통·리장분들께 죄송하다는 마음이 든다. 무엇보다도 적십자회비 납부에 십시일반 참여해주시는 전국 350여만명의 시민들에게는 더욱 송구스럽다.
적십자회비는 임시정부 시절 독립군 지원과 간호원 양성 등 독립운동을 위해 시작되었으며, 1949년 대한적십자사 재조직 후 전쟁고아와 전상자 구호를 위해 첫 모금을 했다. 한국전쟁이후 이재민 구호활동, 소년소녀가장돕기, 무료급식사업 등을 위해 1952년부터 정부와 행정기관의 협조를 받아 본격적으로 시작된 범국민적 모금제도다. 이렇듯 적십자 회비의 시작은 정부에서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을 장려하고, 확대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보장해 준 것이며, 대한적십자사는 적십자회비를 통해 인도주의 사업 활동을 100년 넘게 전개해 올 수 있었다. 십시일반 모인 적십자회비는 생명을 살리는 재난구호, 취약계층구호, 안전지식 보급 및 교육, 헌혈 및 공공의료 등 가장 기본적인 생명존중 활동을 지키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적십자회비의 역사성과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의 효과성을 기하기 위해서 적십자는 국내모금단체 중 유일하게 매년 ‘국정감사’를 수감하며, 개별 법률로 ‘주무부처 감사의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와 한국 가이드스타 공시자료 의거 ‘최고등급‘을 부여받은「투명성」그리고 법정기부금 단체로서의「공익성」을 보유하고 있다.
프레이밍을 넘어서는 적십자회비 그리고 나눔과 기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2020년 한해에도 대한적십자사는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국민의 공감과 참여 그리고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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