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반기 수급자 109만5천여명… 25%가 2회 이상
‘취업-실업 반복’ 촘촘한 모니터링, 정부 관리·감독 절실
# ‘유튜버’를 꿈꾸는 J씨(28)는 고양 일산동구에 있는 카페에 11개월간 다니다 지난해 9월 유튜브에 매진하기 위해 일을 그만뒀다. 그러면서 회사 사장에겐 “가게 운영이 어려워져 해고한 것으로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유는 한 가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다. 이후 J씨는 영상 편집 아르바이트를 진행, 1건당 6~7만 원씩 받고 일하고 있다. 남들보다 조금 덜 받는 대신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현금으로 받는 조건이다. 고용보험에 가입되면 실업급여가 그대로 중단되기 때문이다. J씨는 “주 이틀가량 일하는 꼴이지만 실업급여 160만 원에 아르바이트 수당을 합하면 카페에서 받던 월급과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경기지역 실업급여 지급금액이 2년 만에 두 배 증가, 신청자 수도 2017부터 매해 4만 명 가까이 증가한(본보 7일자 1면) 가운데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얌체족들이 늘고 있다.
단기 계약직으로 일하다 재계약 시점에 일을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수급, 이를 반복하는 ‘꼼수 계약직’부터 일을 하면서도 실업자 행세를 하며 실업급여를 받는 ‘가짜 실업자’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제도 맹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자 이를 막기 위한 관리ㆍ감독의 필요성과 법적 근거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8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실업급여는 직장을 잃은 실업자가 다시 직장을 구하는 기간, ‘소정의 급여’를 지급해 구직 활동과 생활 안정 등을 도와준다는 취지의 제도다. 현재 실업급여 제도는 재취업 후 다시 퇴사하더라도 요건만 충족된다면 실업급여를 또 받을 수 있다. 고의로 단기 취업을 이어가며 실업급여를 계속 타낼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더구나 취업을 했음에도 실업급여 한도를 모두 받고자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일정 기간 ‘고용보험 미가입’을 고용주에게 요구하는 취업자가 있는 한편, 부모님ㆍ동생 등 차명 계좌로 월급을 넣어 실업급여를 받도록 해준다는 업주도 있다.
실제 퇴직 후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K씨(29)는 최근 성남 분당구의 한 방송외주업체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급여를 가족 계좌로 줄 테니 잠깐만 같이 일하자”는 것이었다. 이와 반대로 도내 자영업계에서는 “실업급여를 탈 건데, 4대 보험 가입 안 하고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 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쏟아진다고 한다.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안성)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7월) 실업급여 수급자 109만5천여 명 중 2회 이상 반복 수급자는 27만2천여 명으로 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지급된 실업급여액은 2조9천446억 원으로 전체 실업급여액에 37.3%에 달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관리ㆍ감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도의 허점을 노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단속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수급자에 대한 촘촘한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반복 부정수급자에 대해 박탈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지침으로는 제도를 악용하는 반복수급자를 막을 수 없다”며 “사회적 합의를 통한 법제화가 이뤄져야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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