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의존도가 높은 중남미 경제가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여파와 세계경기하락에 따른 원자재의 글로벌 교역감소로 맥없이 무너져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소득불균형의 심화, 사회지도층의 부패, 급진적 개혁정책의 불만 때문에 촉발된 소요로 많은 나라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부정선거로 볼리비아 대통령이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멕시코로 망명했으며, 칠레에서는 지하철요금 인상이 발단이 되어 그동안 누적된 소득불평등과 경제난에 대한 반감이 폭발하여 예정된 APEC회의 개최가 취소되는가 하면, 콜롬비아에서는 연금수급조정 및 교육재정을 놓고 사회갈등이 전개되었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새로 들어선 페론주의 정부도 이전 정부가 추진해온 개혁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통합의 과제를 안게 되었고, 무엇보다 인접한 우파정부 브라질과의 우호관계 여부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주축인 남미공동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엔중남미위원회에 의하면 지난해와 같은 극심한 혼란은 없겠지만, 2020년에도 중남미 경제는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세계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원자재의 수요 증가가 없는 상황에서 금번 소요를 겪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복지예산 확대에 따른 재정 적자가 예상되고, 이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이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친기업개혁을 추구해온 브라질과 오렌지경제로 불리는 지식문화산업과 ICT, 재생에너지 및 건설 분야에 매진하는 콜롬비아는 2020년 각각 2%~2.6%와 3.5%의 안정적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비록 2020년 중남미지역 경제전망이 밝지 않다고 해도 브라질과 멕시코는 GDP순위 세계 9위와 15위의 경제대국이다. 멕시코는 이미 우리의 10대 수출국일 만큼 교역의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이 중남미진출에 적극적이지 못한 이유는 첫째,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정보가 부족하고 마케팅을 위한 시간과 비용 투입이 큰 반면 성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미 시장을 선점한 중국제품과 가격경쟁의 어려움이다. 중국은 중남미 원자재의 최대 수입자다. 협상력을 무기로 중남미의 낮은 구매력을 충족시키는 값싼 제품들로 중남미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남미 국가들이 과거 세계 대공항 이후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보다 독특한 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수입대체산업화전략을 채택하면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보호무역장벽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이런 점을 잘 파악하고 중남미 각국과 FTA를 서두르고 있다. 이미 칠레, 페루, 콜롬비아와는 FTA가 시행되고 있고, 한-중미(5개국) FTA는 비준을 앞두고 있으며, 최근 추진 중인 멕시코, 칠레, 페루, 콜롬비아가 회원인 태평양동맹 준회원 가입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로 구성된 남미공동시장(Erecosur)과 FTA가 체결되면 중남미 진출이 훨씬 용이해 질 것이다.
지난해 수출이 2018년 대비 10.3%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중남미 시장 개척으로 수출이 회복되고 중소기업의 경영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진출 애로를 도와줄 지원인프라와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중남미행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는 것이 통상지원업무를 일선에서 수행하는 필자의 바람이며 시급한 과제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