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단일화는 경기도의 시대적 목소리이자 요구다

김규태 경제부장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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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30만 ‘농민 대표’를 뽑는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2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본 후보 등록이 진행 중이지만, 이미 이번에 처음 도입된 예비후보 등록(13명)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어느 때보다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대혼전의 양상으로 치닫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후보가 난립한 데다가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도 이번 선거를 앞두고 대폭 물갈이됐기 때문에 표심의 향배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임기 4년 단임제인 농협중앙회장직은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농협중앙회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권과 예산권, 감사권을 갖고 농업경제와 금융사업 등 경영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다. 더욱이 어느 지역 출신이 당선되느냐에 따라 그 지역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도 있지만, 해당 지역농협의 예산 확보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경기지역은 이 같은 혜택을 그동안 누려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경기지역 출신 회장 당선이 그만큼 더 간절한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지난해 연말 지역본부장이 ‘인(IN) 서울’을 하지 못한 채 쓸쓸히 퇴임하는 모습을 보인데다가, 이후 진행된 인사에서도 경기지역은 철저히 배제됐다. “억울해서라도 경기도 회장을 만들어야겠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상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경기도 회장 당선 확률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단일 후보’가 아닌 ‘2인 후보’로 선거를 치러야 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합쳐도 승산이 있을까 말까 한 상황에서 2인 후보 등록은 자칫 ‘어부지리 타지역 회장 배출’에 일조할 수도 있다.

예비후보자들을 면밀히 살펴보자. △강성채 전남 순천 조합장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 조합장 △김병국 전 충북 서충주 조합장 △문병완 전남 보성 조합장 △여원구 경기 양평 양서조합장 △유남영 전북 정읍 조합장 △이성희 전 경기 성남 낙생 조합장 △이주선 충남 아산 송악 조합장 △이찬진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임명택 전 NH농협은행 언주로 지점장 △천호진 전국농협경매발전연구회 고문 △최덕규 전 경남 합천 가야 조합장 △홍성주 충북 제천 봉양 조합장(이상 가나다순).

이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본 후보에 등록할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선거에서 경기지역 회장 배출이 그 어느 때보다 유력하다는 것이 중론인 것도 사실이다. 특히 충북 이남의 후보군이 난립하고 있는 것도 경기지역 입장에선 반가운 상황이기도 하다.

더욱이 대의원이 과거 대다수 3선 이상 조합장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약 70%가 초·재선으로 달라진 것도 경기지역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갈수록 악화하는 농업 현실에 초·재선 위주의 대의원이 기존의 지역구도 대신 인물과 정책 중심으로 투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간선제 방식에 다수 후보가 난립하면서 물밑 거래와 지역구도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순 없다. 지난 선거에서 이미 경기지역은 이 같은 합종연횡의 ‘희생양’이 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본인의 입신양명도 좋다. 선거에 나가라 말라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본인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대의명분을 먼저 생각하는 경기도 후보가 돼야 한다. 경기도의 위상과 경기농협의 구성원, 경기도 농민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으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다시 올 수 없는 호기에 ‘2인 후보’ 등록이라는 악재로 축제 분위기를 망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원망에 대한 책임은 영원히 ‘주홍글씨’로 새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성희, 여원구 후보의 대승적인 결단을 기대해 본다.

김규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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