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년차, 아기 8개월, 대리연봉 7천..."
언뜻 보면 세상 가장 큰 행복을 느껴야 할 시기에 있는 남자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 이 남자, 이혼을 고민하고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지난 3일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혼해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후 해당 글은 다른 커뮤니티까지 옮겨져 가장 많은 댓글이 달렸다. 댓글에서는 이 남성의 이혼을 놓고 치열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먼저, 이 남자의 설명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보통 7시 퇴근해서 (집까지 10분 거리) 아기랑 놀아주고 씻기고 주말에는 집안 일 좀 도와주고 친구도 많지 않아 거의 집에만 있습니다. 다만 직업 특성상 집에서 가끔씩 일을 해야하는데..와이프는 그게 너무 스트레스라고 집에서 일 하지 말라.. 집에는 더 일찍 와라.. 네 일 때문에 너는 집안일 안 도와준다...집안일이 더 힘들다.."
결국 부부싸움을 하게 된 남성. 그는 "매주 이 문제로 싸워서 너무너무 지치고 우울하다"며 "부부클리닉 받자고 (하면) 싫다고만 한다. 방법이 있을까. 도움이 너무 간절하다"라고 토로했다.
누리꾼들은 이 남성의 고민에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했다.
한 누리꾼은 "아내분이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 요즘 독박육아라는 말이 너무 잘못 사용되고 있는데 두 사람이 맞벌이인 경우 아내에게만 육아를 맡기면 독박육아가 맞지만 아내분이 전업(주부)시라면 독박육아는 성립되지 않는다. 독박육아라는 뜻 자체를 모르는 여다분들이 의외로 많더라"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아니 저기서 더 어떻게 배려해 연봉 7천짜리 회사 짤리면 누가 책임지는데? 아내는 일도 안 다니면서 육아 힘들다고 징징거리는데 맞벌이 할 것 같지도 않구만. 그냥 이혼이 답이지. 10년 이상 같이 산 것도 아니라서 재산분할도 아빠 쪽이 유리하네. 이번에 그냥 손절하는 게 나은 듯"이라며 아내를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아무리 전업주부가 집안 일을 한다고 해도 육아만큼은 남편과 아내가 함께 하는 것이라는 중재안을 내놓기도 했다. 즉, 어느 한쪽의 편의 때문이 아니라 아이에게는 엄마 아빠의 역할 모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한 누리꾼은 "집안 일이면 모를까 육아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직장이 아무리 퇴근 후 메일, 전화, 카톡에 시달린다고 해도 결국 퇴근이 있고 주말이 있고 휴가가 있지만 육아는 그런 게 없다. 아이가 8개월이면 굳이 회사와 비교한다면 대리급이 상무급이랑 24시간 단 둘이 붙어있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저녁을 안 차리고 아침을 못 차려줘도 이해해야 될 때 아닌가 생각한다. 내다 돈, 넌 육아 가사 전담. 이런 거 다 떠나서 아이와의 교감이 지속되기 위해서라도 최소 30분에서 한 시간은 아이와 아빠 둘만의 완벽히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내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 누리꾼은 "저 또한 7, 5, 3살 남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제 경험상 첫째 아이를 키울 때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둘 다 처음 경험하는 거라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다보니 짜증도 많이 나고 엄마들은 무력감에 시달리다 우울증까지...."라며 "아이가 돌이 지나고 나면 조금씩 좋아질 거다. 그때까지 아빠가 조금 꾹 참고 가끔 시간내서 바깥 바람도 쐬어주면서 말이라도 고생 많다고 다독여 주고 해라"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해당 글에는 댓글이 이어지며 결론이 나지 않을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답이 없는 논쟁 속에서 당사자의 현명한 판단만이 유일한 정답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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