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2020년 경기도미술관은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미술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먼저 광주, 부산, 서울의 주요 비엔날레들이 한꺼번에 열린다. 특히, 이번에는 3곳 모두 해외 감독을 선임해 자연스럽게 경쟁구도가 만들어져 흥미를 더한다. 여기에 제주비엔날레, 금강자연비엔날레, 전남수묵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까지 2020년 비엔날레 잔치에 가세하였다.

국공립미술관들도 올해의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아시아 도시 순회전 등을 통해 현대미술로 서울과 세계 도시를 연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 기획전과 서예를 비롯해 판화·공예·건축·디자인 등으로 현대미술의 장르 확장을 모색하는 전시라인업을 발표했다. 그 중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은 전시장에 개와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 초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인간 중심으로 구축된 미술관과 사회가 타자와 비인간을 고려할 수 있는지를 실험해 본다는 전시의 의의를 접하니 새로운 기대감이 생긴다.

경기도미술관이 2019년 하반기에 선보인 두 개의 전시는 제법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해본다. 미술관의 소장품을 기반으로 전시를 꾸리고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차별성과 완성도를 대내외적으로 자랑하고 있는 상설교육전시 는 4개월을 순항하며 마무리되었고, 경기도의 현대미술을 한눈에 조명하고 80년대 소집단미술운동의 ‘아카이브’를 방대하게 집대성했던 <시점·시점>전은 여러 매체를 통해 ‘올해의 전시’로 주목을 받고, 마지막 주말까지 관람을 꼭 사수해야 하는 전시로 회자되며 훈훈하게 막을 내렸다.

2020년 첫 전시는 관객참여를 중심으로 하는 <두리안 GX룸>으로 시작한다. 대만의 미디어퍼포먼스 작가가 ‘운동’이라는 일상적 소재를 이국적 분위기의 팝업 공간에서 펼치게 되는 신선한 프로젝트이다. 전형적인 미술관전시의 유형을 뛰어넘어 유쾌하고 흥미로운 현대미술과 미술관의 경험을 관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3월에는 상반기 동시대미술의 현장을 보여주는 <우리와 당신들>이 개최된다.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정체성을 지닌 타인들과 우리가 공존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전시이다. 다양하고 다층적인 관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 시대를 함께 살 것인지에 대한 답들이 찾아지기를 기대하는 기획전이다.

도립미술관의 위상과 그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 사업들도 본격화된다. 경기미술기반의 현대미술 아카이브 구축을 시작하여 경기도미술관이 한국 현대미술사 연구의 플랫폼을 수행할 기반을 조성하고, 경기도 내 다양한 문화예술공간과 ‘미술관협의체’를 구성하여 공동기획과 공동 리서치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올 한해도 경기도 미술관이 준비하고 계획한 것들에 대해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한다.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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