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백두’에서 ‘한라’까지

봄의 소식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지나갔지만 ‘백두에서 한라까지’ 한반도엔 봄이 올 것 같지 않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및 공포까지 덮치고 있어서 입춘불길(立春不吉)한 징후들만 나타나고 있다. 사회주의 지상 낙원이라는 ‘백두’에서는 최근 불길한 징후들이 포착됐다.

첫째, 장성택의 숙청과 함께 자취를 감췄던 김경희가 6년 만에 깜짝 등장했다. 죽은 줄만 알았던 그녀가 다시 나타나니 파워엘리트는 물론 평양시민과 북한 전역이 다 놀랐다.

둘째, 김정은이 심장 쇼크를 일으켰다는 소식이다. 김정은이 혁명성지로 가꾼 삼지연에서 대량탈출이 이어졌고, 최대수출처인 무산 철광석 광산과 김책제철소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특히 서방세계에 주재하고 있는 외무성 간부들이 서방세계로부터 노임을 받으며 그들의 정보원 역할을 하다가 무더기로 적발됐다는 것이다.

셋째, 김정은 집권 후 태영호 공사를 비롯한 고위 엘리트의 탈북이 이어졌다. 지난 1월 초에도 평양 출신 국가보위성 간부와 가족 등 20명이 집단 탈북을 시도했다. 김정은의 공포정치로 인해 탈북 양상이 생계형에서 체제이탈형으로 바뀌고, 고위 엘리트들에게도 번지고 있다. 독재정권의 주된 붕괴요인이 독재자와 엘리트 간의 동학에서 비롯됨을 볼 때 심상치 않은 징후들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는 ‘한라’도 불길한 징후들이 많이 보인다. 국내 경기부문별로 민간소비 회복은 불확실한 상황이고, 설비투자 및 건설투자는 위축 국면이 지속하고 있으며, 수출은 1년 이상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고용 시장은 세금을 퍼부어서 통계상으로 개선세이지만 제조업 및 건설업 고용 부진이 지속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및 공포의 확산은 백두에서 한라까지 떨게 하고 있다. 감염에 극도로 취약한 북한은 초기부터 국경을 봉쇄하고 ‘국가 존망’이 달린 문제로 여기고 사활을 걸고 있지만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으며, 군부대도 집단격리되고 그제 건군절 열병식도 전격 취소했다고 한다. 국경 폐쇄로 밀무역까지 끊겨서 주민의 젖줄인 장마당이 고사하여 병사자와 아사자가 속출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120만 명에 이르는 중국인 관광객이 끊겨 통치자금인 달러마저 고갈되면서 김정은 정권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의료수준과 체계는 우수하지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남한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확진자가 20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춘제와 방학으로 중국으로 갔던 국내 거주 10만의 중국인들과 7만여 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대거 돌아오고 있다. 그야말로 비상시국이다. 그러나 정치지도자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나라의 안위와 미래보다는 4월 총선만 쳐다보고 있다.

남북지도자가 백두와 한라의 흙을 옮겨 판문점에 나무를 심는 평화 이벤트를 연출했지만 2년도 채 못 돼 백두와 한라는 위험한 지경에 처하게 됐다. 참으로 두렵고 불안한 아침이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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