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신종 코로나와 우환의식

작년 12월에 발생한 우한폐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2019-nCoV)로 인해 온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시끄럽다. 유행성 질병 자체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과 걱정 외에도 대중들이 갖게 될 확진자들에 대한 낙인(Stigma), 그리고 전염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Phobia), 그리고 불안감(Paranoia)이 더해져서이다. 최근 방송에서 2015년 온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동 호흡기 증후군(메르스) 환자의 얘기가 방송되었다. 이 환자는 남에게 몹쓸 병을 옮겼다는 낙인 속에 지금까지도 외로운 섬처럼 단절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발병한 신종 코로나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Sino Phobia’, 즉 ‘중국인 혐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중국인 혐오’를 넘어서 ‘아시안 혐오’로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 LA타임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중국 때문이라는 것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분명하게 보여주는 결정을 내리면서 ‘불안감(Paranoia)’이 커지는 것은 예정된 수순으로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게 확산의 책임이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도 마찬가지이다. 신종 코로나 발병의 발표가 이뤄지면 장소는 물론,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까지 낙인이 찍히게 되고 이는 오히려 사회적 불안감과 공포감이 양산되는 문제로 귀결되고 있다. 지난 10일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과도한 불안을 조장하거나 효과 없는 과잉대응을 조장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확진자가 다녀간 지역 인근의 학교와 상점이 문을 닫는 것은 공중보건 측면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공포와 낙인 때문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소모하게 됨을 강조했다.

대한적십자사도 지난 4일 대국민 헌혈 참여 호소문을 발표하며 국민들의 헌혈 참여를 호소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공공기관 등 단체도 외부 활동을 취소하여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혈액수급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더욱 피해를 볼 수 있는 계층은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일 것이다. 이에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인천관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1천세대를 대상으로 마스크를 포함해 체온계, 손소독제, 감염예방 수칙 안내서 등으로 구성된 재난대응세트를 지원하고 있고, 행정관처의 지침으로 운영이 중단된 적십자 인천 연수구 무료급식소에서는 취약계층 대상 단체 무료급식을 진행하지 않는 대신 대체식(밥과 반찬 등) 도시락을 주 2회 제공하고 있다.

유교의 동양사상에 ‘우환의식(憂患意識)’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우환이란 우리가 살면서 언제나 겪고 가지고 있는 단편적인 걱정으로서의 우환이 아닌 개인의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사회와 대의를 염려하고 그 염려되는 바를 미리 대비하고자 하는 책임의식을 말한다. 즉 이 우환이 커지면 두려움과 공포가 만연되는 것이 아닌 ‘비천민인(悲天憫人-사회와 백성에 대해 슬픔과 연민을 품음)’으로 승화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비록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감염 공포와 두려움, 걱정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고 있으나 이번 계기를 통해 더불어 사는 공생의 가치를 되새기면서 사회와 이웃에 대한 연민과 배려를 품어 염려되는 걱정, 그 우환의식을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경호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시지사 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