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4·15 총선은 입법부를 구성하기 위한 선거다

4ㆍ15 총선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의원 선거는 국민을 대표해 국가의회를 구성하는 의원 300명을 선출하는 선거다. 헌법 제40조의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라는 규정에 따라 국회는 입법권을 가지고 있으며, 집행부와 사법부를 감시ㆍ견제하는 국정 통제 기관의 지위를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입법권은 국회의원의 가장 본연의 역할 중 하나다. 그런데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조사결과(2020년 2월7일 기준)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의 선거공약 중 입법공약은 15.4%에 불과했다.

정당별 입법공약 비율인 경우 더불어민주당 16.68%,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11.28% 등 거대양당 소속 의원들이 전체 의원 평균 입법공약 15.4%보다 낮았다. 선수별 입법공약은 초선 19.23%, 재선 14.34%, 3선 이상 12.79% 순으로 나타났다. 거대정당 소속 의원들과 중진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입법보다는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더 많았다는 반증이다. 지역별 입법공약 현황은 어땠을까. 세종ㆍ제주 39.57%, 광주 33.68%, 전북 33.56% 순으로 높았고, 경북 7.32%, 울산 7.34%, 인천 9.18% 순으로 낮았다. 경기지역 국회의원은 13.05%로 전국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국회의원의 권한과는 거리가 먼 민원성 지역개발 공약이 제시되고, 지역개발 공약이 당선에 더 도움이 되는 이상 우리에게 행정부가 아닌 입법부는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당선을 위한 이익과 특정 개인 및 집단의 사적 이익을 위해 무분별하고 무책임하게 공약을 살포하고 있는, 지역 개발공약이 선거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는 실상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20대 국회는 그야말로 막말로 몸싸움의 ‘저질 동물국회’, 민생보다 정쟁을 앞세운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국민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게다가 앞서 지적했듯이 입법부 구성원인 국회의원들의 입법공약 비율이 15.4%고, 법안처리율도 17대 58%, 18대 55%, 19대 45%, 20대 34%로 점차 낮아지는 실정을 보면서 국회의원의 존재 이유, 역할과 책임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자정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아울러 전 지구적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맞춰 입법부에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이 요청된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전문가 및 전국 시민을 대상으로 ‘21대 총선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10대 핵심의제’를 조사한 결과 ‘서민살림살이 질 향상’, ‘집값 안정 및 서민주거비 부담 완화’가 우선순위로 선정된 바 있다. 부동산ㆍ양극화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고, 핵심의제로 좀처럼 부각되지 않았던 기후 위기 문제가 새로운 의제로 제기됐다는 점에 4ㆍ15선거를 준비하는 정치권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시민의 감시와 통제를 받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결국 시민들의 적극적이고 성찰적인 정치적 삶이 입법부의 질을 결정한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 4ㆍ15 총선에서는 제대로 된 입법부를 구성하는 일에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이를테면 필요한 것은 세탁기(입법부)인데 욕망에 눈이 멀어 냉장고(개발 민원 로비스트)를 충동 구매하지 않았는지, 자신만을 위한 특권과 이익 추구가 누군가에게 고통과 연결돼 있는 것은 아닌지를 숙고하는 것.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오현순 매니페스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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