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묵자의 겸애(兼愛) 정치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한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인 코로나19가 대한민국 사회와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얼마 전 대구·경북 지역의 확진자가 크게 늘기 시작하더니 서울을 비롯해 경기, 강원, 대전, 제주, 인천까지 뚫리면서 전국적으로 확산, 더 이상 코로나19 안전지대가 없어진 상황이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비롯한 지역경제 및 경기 침체도 심각하다. 이런 위기 상황에도 정치권은 초당적 협력 대신 당리당략과 총선 승리를 위해 여전히 정쟁을 일삼고 있다. 국민들의 안전과 민생은 도외시한 채 말이다.

지난 9일 코로나 현장 점검 차 충남의 한 전통시장을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반찬가게 상인에게 “경기가 어떠세요?” 묻자 그는 “거지같아요. 장사가 너무 안 돼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친문 네티즌들은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을 온라인에서 공유하며 인신공격성 댓글을 달고 신상털이, 불매운동까지 벌였다고 한다.

그러자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장사가 안 돼 어렵다고 한 게 무슨 잘못이냐”며 “더불어민주당의 오만, ‘문빠’(문재인 대통령의 팬덤)들의 이성 상실 등을 바라보는 국민 마음속에는 정권심판론만 불타오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극렬 지지층의 도 넘은 행태도 문제지만 이를 총선 승리로 이용하는 심 원내대표의 발언도 적절치 못하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그분이 공격받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다. 이와 관련 기자들 사이에서는 문 대통령이 극렬 지지층에 자제를 요청하는 것인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지층에 대한 반응 같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끝까지 (지지자들을) 말리지는 않네요”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코로나19 여파로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서민들의 경제 상황은 날로 나빠지고 있는데 정치권은 사태 해결보단 정쟁과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총선을 앞두고 극렬 지지자들의 극성스러운 행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지 있지만 이를 말리기는 커녕 눈치 보기 바쁘다.

중국 전국시대 초기 제자백가의 하나로 묵가의 시조인 사상가 묵자(墨子). 그는 천하에 이익되는 것(利)을 북돋우고(興) 천하의 해가 되는 것(害)을 없애는(除) 것을 정치의 원칙으로 삼았다. 즉 가난한 사람들을 부유하게 하는 것, 인구를 늘리는 것, 위험을 제거하는 것, 혼란을 통제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배자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되고 타인을 보편적으로 사랑(겸애, 兼愛)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묵자의 사상은 요즘 한국 정치 현실과 코로나 정국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어려운 경제 상황,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이제는 여야가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내 편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이분법 정치를 버리고 총선 승리라는 자신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을 위해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묵자가 말하는 겸애 정치가 아닐까?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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