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술관은 휴관 중이다. 전시와 관람으로 주로 인식되는 미술관이 문을 닫는 기간에는 그 기능이 멈춰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는 미술관의 또 다른 주요기능 중의 하나인 수집과 연구에 대한 부분을 간과한 것이라 하겠다. 전통적으로 말하는 미술관의 주요 기능 세 가지는, 작품의 수집 및 소장, 미술 작품에 대한 전시, 연구 및 교육 기능의 수행이며 이 ‘수집, 전시, 연구’가 모두 미술관의 기본 기능이자 의무다.
국제뮤지엄협의회(ICOM)에서는 인류가 창출한 문화적 소산들을 수집, 보존, 연구하며 전시와 교육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비영리적이며 항구적인 기구를 미술관이라 정의한다. 다시 말해, 미술관은 작품 소장과 전시를 통해 당대의 미술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뛰어난 작품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다.
특히, 근대적인 개념의 미술관이 성립되면서 미술관의 ‘작품 수집’은 당대 문화의 우수성을 향유하며 이를 후대에 전하는 미술관의 성격이자 존재 이유가 되었다. 미술품이 지닌 사회적, 역사적 의미 때문에, 미술관이 작품을 수장한다는 것은 우리 시대의 삶의 흔적을 잘 보관하여 후대에 전하고자 하는 행위로 풀이된다.
미술관의 소장품은 해당 미술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매우 기본적이며 중요한 척도이다. 수많은 작품을 연구하고 스튜디오 방문 등을 통해 선정된 대상 작품들은 소장품 선정심의로 최종 결정된다. 미술관은 작품을 살 때 뿐만 아니라 기증을 받을 때에도 심의를 거쳐 수집방향에 적합한 작품들을 신중히 결정한다. 또한, 소장품과 관련된 연구의 과정과 결과를 공개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소장품 전시’를 선보인다.
주요 미술관이 해마다 새롭게 소장하는 신 소장품이 종종 화제가 되거나 비평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소장품’이 미술관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여 그 미술관 전체의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소장품은 그 시대의 사회·경제·문화·정치·종교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각 미술관에서 행해지는 소장품의 수집은 수준 높은 상설 전시를 기획하고 당대 미술 연구를 위한 중요한 자료이다. 하지만, 이러한 어마어마한 소장품의 중요성에 비하여 이를 지원하는 환경과 그 이해도는 매우 안타까운 수준이다.
지역미술관은 공공성과 전문성을 조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작품구매나 보존, 연구의 측면을 강조하여 미술관의 전문성을 먼저 강화하고, 수준 높은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으로 미술관의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미술관의 작품 소장에서 첫 단추가 끼워지는 만큼, 미술관의 소장품은 미술관이 미술관으로 성립하기 위한 본질적인 기능 중 하나라는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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